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사실 그의 ‘입맛’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바다 근처에만 가면 그는 늘 입맛부터 다신다. 갯것이 차려진 밥상 앞에서 감격하는 그의 모습을 이름깨나 난 고급식당에서도, 허름한 포구의 다 쓰러져 가는 식당에서도, 섬마을 부녀회원들이 정성껏 상을 내온 마을회관에서도, 이른 새벽 더운 김 펄펄 나는 밥을 퍼주는 여객선터미널 앞 식당에서도 봤다.
시인이자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인문 학습원 섬 학교 교장,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자문위원…. 바다와 섬을 떠돌며 ‘가끔 육지에 내리는’ 생활을 하는 그의 직함에서 섬이 빠지는 법이란 없다. 20년에 걸쳐 400여개 섬을 다니면서 갯것 음식에 물렸을 법도 하건만, 그는 아직도 바다 음식을 보면 사족을 못 쓴다. 그게 어디 혀끝의 미각세포로 감지하는 맛 때문일까.
전남 신안 반월도의 보리숭어구이.
전남 신안의 하의도의 ‘낙지냉연포탕’.
잘 차려진 섬의 밥상 앞에서 그는 식재료를 읽고, 식재료 너머의 바다를 본다. 어떤 해산물이 언제 가장 훌륭한 맛을 내는지, 어떤 생선은 어떻게 조리하는 게 가장 맛있는지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밥상 위의 갯것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된 수고로 얻어진 것인지, 이런 ‘달보드레한’ 맛이 어떻게 대를 이어 전해져 왔는지 그는 안다. 책에는 시원하게 끓여낸 말린 복 곰탕에 스며든 식당 주인의 기구한 사연도 있고, 이종격투기를 하다가 요리사로 전업한 뒤 시인이 된 이가 끓여내는 낙지 죽 얘기도 있다. 관아에 바칠 전복을 따기 위해 한겨울에 바다로 들어간 제주 해녀를 보곤 가슴이 아파 평생 전복을 먹지 않았다는 조선 세종 때의 관리 이야기는 또 어떤가.
책에는 전라도 30개 섬의 34가지 음식이 소개돼 있다. 한 번도 ‘듣거나 보지 못한’ 음식이 가장 많고, 나머지는 ‘듣기는 했으되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다. 맛집 좀 다녀봤다는 호사가라도 여기 소개된 음식 중에서 먹어본 게 과연 몇 가지나 될까 싶다.
음식 소개 뒤에 덧붙인 짤막한 레시피는 그야말로 건성건성 쓰였다. 재료의 계량도 없고, 조리 시간 정보도 없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섬 음식이란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손에 집히는 대로’ 넣고, ‘다 됐다 싶으면’ 불을 끄는 그런 조리 방식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섬 음식은 ‘그 섬에 가지 않는다면 맛보지 못하는’ 것들이다. 늘 ‘더 많은 이가 섬을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강제윤은 이 책을 펴내면서 그걸 노렸는지도 모르겠다. 263쪽,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