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늑대다’라는 제목은 도발적이다. 반려동물인 개를 사랑하는 이들로서는 인간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속성을 지닌 늑대와 동일시한다는 게 불쾌할 수 있을 듯싶다. 책의 원제는 ‘최초의 가축화(The First Domestication)’. 한국어판 제목이 길어진 것은, 원제의 취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했기 때문이다. 미국 진화생물학자인 두 저자는 개가 아무리 가축화됐어도 여전히 늑대와 같은 종으로, 서로 교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는 늑대와 별개 종이거나, 최소한 늑대의 아종일 거라는 통념은 틀렸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늑대의 진화 역사를 살피기 위해 전 세계 원주민 부족들 속에 있는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취재했다. 그 결과, 늑대가 폭력적이고 위험한 동물이라는 통념은 서양 학자들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원주민 이야기 속에서 늑대는 한결같이 인간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니며 공존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늑대 생태를 연구한 서양의 기존 학자들은 야생 늑대를 악마화하는 기독교 전통을 충실히 따랐다. 늑대를 위험하고 공격적인 존재로 가정하고, 이 무서운 동물을 가축화하기 위해서 인간이 상황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런 인간 중심적 사고는 서양의 식민주의 팽창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자신들의 힘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는 원주민들을 야만족으로 여겨야 했고, 그 전통은 오늘날 인종주의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두 저자가 진화생물학, 생태학, 역사학, 민속생물학 등의 자료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최초의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 대륙으로 진입했을 당시 늑대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퍼진 포유동물이었다. 인간의 생존력은 포식자인 늑대와 협력해 더 효율적인 사냥을 하는 쪽으로 발전했다.
이런 시각은 최근 국내에서 ‘늑대가 온다’라는 책을 펴낸 포유류 전문가 최현명 씨의 취재 내용과 통한다. 최 씨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을 40여 차례 방문해 야생 늑대 생태를 연구했다. 그는 포악한 동물로만 인식되고 있는 늑대에게 협력 유전인자가 있어서 인간과 공존해 왔음을 현지 원주민 마을의 일화 등을 통해 자세히 전한다.
이 책 저자인 피에로티와 포그에 따르면, 인간과 늑대는 협력하거나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공진화(共進化) 관계를 약 2만 년 이상 지속한다. 이후 아시아 남부 등에서 일부 늑대가 개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오늘날 늑대와 뚜렷이 구별되는 개 품종이 등장한 지는 몇 천 년 되지 않는다.
오늘날 개는 반려동물로 인간 곁에서 살고 있으나, 여전히 사냥하는 법을 아는 육식동물 포식자 유전인자를 품고 있다. 그러니 인간은 개를 함부로 다루려 하지 말고, 인간과 동등하게 공존하는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436쪽, 2만5000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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