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오른쪽 두 번째) 일본 외무상이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을 발표한 22일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해 항의 입장을 전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노 다로(오른쪽 두 번째) 일본 외무상이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종료 결정을 발표한 22일 남관표 주일 대사를 초치해 항의 입장을 전달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점점 경색되는 韓·日 관계

방사능 안전성 문제 제기로
日올림픽 앞두고 압박 전략
독도방어훈련 시기도 검토
靑·정부, 일단 日대응 관망

황교안 “조국사태 확산하자
여론악화 덮기용 의심 들어”

민주당·무소속 의원 등 6명
日에 항의차원 31일 독도방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결정하면서 한·일 관계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과거사 문제로 시작해 경제·무역 보복을 거쳐 외교·안보 현안으로까지 양국 간 전선이 전방위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미·일 3각 군사협력 문제를 넘어 동북아 안보 및 역학에 영향을 미쳐 한국전쟁 이후 유지됐던 동북아 정세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외교가 안팎에선 오는 28일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결정을 실제 시행하면서 규제 품목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책 카드로 현실화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재차 경제 보복 조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일본의 대응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앙경찰학교 졸업식 참석 등 공식일정을 수행하면서 일본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수위에 따라 또 다른 대응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 여권을 중심으론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문제 제기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일본산 식품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본이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 성공 개최에 막대한 관심을 쏟는 만큼 방사능 안전성 문제는 실효적인 압박 카드로 꼽힌다. 아울러 독도 방어 훈련이 전격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23일 “독도방어훈련은 정례적으로 해온 것”이라며 “훈련의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과 맞대응이 이어지면 양국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악화 상태로 번질 우려가 있다.

오는 10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세계 주요국이 고위급 인사를 축하사절단으로 파견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일파이자 정부 서열 2인자인 이낙연 총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현상 동결 합의’ 시도를 다시 추진해 대화의 장이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지지도 얻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소미아 유지를 원했던 미국은 종료 결정 다음 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우리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이 우리 입장을 이해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미국은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전통적 동북아 안보 지형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청와대 고위급 외교·안보 인사의 방미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는 미 유엔총회(9월 중순), 태국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10월 말), 칠레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11월 중순) 등 주요국 다자 외교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장 이날 야권에선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한·미 동맹 균열 우려가 쏟아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정부는 이번 결정이 한·미 동맹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당장 미국은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하고 있다”며 “‘조국 사태’가 들불처럼 번지자 국민 여론 악화를 덮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를 강행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박찬대·우원식·이용득·이종걸 의원과 손금주 무소속 의원 등은 일본에 대한 항의 표시 차원에서 오는 31일 당일 일정으로 독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유민환·장병철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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