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에 맞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不可고實體淸單)’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특히 이 리스트에는 중국 국익을 손상한 기업으로 미국의 페덱스, 영국계 은행 HSBC와 함께 최근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미국이 9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뒤 강력한 보복을 경고해 왔다.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국가안보 위협과 중국기업에 대한 차별 행위 등을 한 외국 기업을 제재하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조만간 발표한다고 밝혔다. 가오펑(高峰)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메커니즘은 내부 검토를 거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될 것”이라며 “미국이 타당한 이유 없이 중국 기업을 탄압하기 위한 국가권력 사용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미국과 협상이 결렬된 뒤 처음으로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3개월 동안 발표를 미뤄 왔었다. 가오 대변인은 이날 중국 정부가 미국의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반격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중국에 배달한 소포에 권총이 들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미국 택배 회사 페덱스를 일차적으로 지목했다. 페덱스는 지난 5월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를 돕기 위해 화웨이 소포를 잘못 배달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 당국의 강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조사에 도움을 준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 씨티그룹, BNP 등도 잠재적인 등재 대상으로 거론됐다. 신문은 “중국의 국익을 훼손하기 위해 미국과 공모해 중국의 공분을 산 기업들이 주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이에 도전한 기업들도 리스트에 포함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홍콩 시위 사태에서 직원들의 시위 참여로 시위대를 간접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최근 중국 정부가 강력히 성토하고 있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기업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신문은 또 이 리스트에 오른 외국 기업은 중국 내 사업 허가 취소, 중국 시장 접근 금지 등의 제재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이 이달 들어 화웨이 계열사 46곳을 거래 제한 명단에 추가한 2차 제재 단행은 5세대(G) 이동통신 등 첨단기술 영역에서 이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저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2일 미 상무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제재 대상 계열사 46곳 중 중 최소한 11곳이 화웨이의 연구·개발(R&D) 거점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전 세계에 두고 있는 R&D 거점의 20%가 넘는다. 이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생산과 판매 분야에 치중해온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연구 분야로 확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