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녹두꽃’은
‘녹두꽃’은 지난 4∼7월 방송된 SBS 드라마다.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삼았고, ‘녹두꽃’이라는 제목에서는 농민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전봉준이 아니다. 변변한 이름 없이 살다가 제대로 된 이름을 얻은 후 그 이름값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농민운동에 참여했던 민초들이 진짜 주인공이었다.
‘녹두꽃’은 형제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백이강(조정석 분)은 전라도 고부 관아의 악명 높은 이방이자 만석꾼인 백가(家)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본처의 여종을 범해 태어났기에 이강이라는 멀쩡한 이름 대신 ‘거시기’라 불렸다. 백씨 가문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험한 일을 도맡아 하던 그는 백성의 분노가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던 갑오년, 전봉준(최무성 분)을 만난 후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동학농민군의 별동대장으로 나선다.
그의 동생인 백이현(윤시윤 분)은 백가네 막내이자 본처 소생의 적자다. 그러니 따뜻한 아랫목에서 자랐고 수려한 외모에 걸맞은 고매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다. 일찌감치 일본 유학을 떠난 그는 조선의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제들은 물론 개화당의 거물 정객들과 어울렸다. 이후 그는 조선의 메이지유신을 꿈꾸는 개화주의자가 됐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백이현은 민란에 휩쓸리게 되고, 마침내 책 대신 신식 소총 한 자루를 쥐고 동학농민군에 맞서게 된다.
사극 ‘정도전’을 집필하며 역사를 통해 현대를 읽는 통찰력을 보여줬던 정현민 작가는 ‘녹두꽃’에서도 섬세한 인물 묘사와 계속 되뇌게 만드는 의미 있는 대사로 호평받았다. 게다가 최근의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분위기, 첨예한 한·일 관계 등이 맞물리며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웰메이드 사극을 빚는 데 성공했다.
이런 작품성에 비해 시청률은 미지근한 편이었다. 11.5%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이후 5∼6% 정도를 전전했다. 구한말의 어두운 분위기를 다뤘기에 주말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선택하기에는 다소 무거웠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녹두꽃’은 지난 4∼7월 방송된 SBS 드라마다.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삼았고, ‘녹두꽃’이라는 제목에서는 농민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녹두장군 전봉준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전봉준이 아니다. 변변한 이름 없이 살다가 제대로 된 이름을 얻은 후 그 이름값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농민운동에 참여했던 민초들이 진짜 주인공이었다.
‘녹두꽃’은 형제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백이강(조정석 분)은 전라도 고부 관아의 악명 높은 이방이자 만석꾼인 백가(家)의 장남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본처의 여종을 범해 태어났기에 이강이라는 멀쩡한 이름 대신 ‘거시기’라 불렸다. 백씨 가문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험한 일을 도맡아 하던 그는 백성의 분노가 들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던 갑오년, 전봉준(최무성 분)을 만난 후 자신의 죗값을 치르고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동학농민군의 별동대장으로 나선다.
그의 동생인 백이현(윤시윤 분)은 백가네 막내이자 본처 소생의 적자다. 그러니 따뜻한 아랫목에서 자랐고 수려한 외모에 걸맞은 고매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다. 일찌감치 일본 유학을 떠난 그는 조선의 내로라하는 집안의 자제들은 물론 개화당의 거물 정객들과 어울렸다. 이후 그는 조선의 메이지유신을 꿈꾸는 개화주의자가 됐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온 백이현은 민란에 휩쓸리게 되고, 마침내 책 대신 신식 소총 한 자루를 쥐고 동학농민군에 맞서게 된다.
사극 ‘정도전’을 집필하며 역사를 통해 현대를 읽는 통찰력을 보여줬던 정현민 작가는 ‘녹두꽃’에서도 섬세한 인물 묘사와 계속 되뇌게 만드는 의미 있는 대사로 호평받았다. 게다가 최근의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분위기, 첨예한 한·일 관계 등이 맞물리며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웰메이드 사극을 빚는 데 성공했다.
이런 작품성에 비해 시청률은 미지근한 편이었다. 11.5%라는 높은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이후 5∼6% 정도를 전전했다. 구한말의 어두운 분위기를 다뤘기에 주말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선택하기에는 다소 무거웠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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