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관악구 주민들이 서울 관악구청 1층에 마련된 ‘관악청’에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관악청은 관악구가 주민과의 직접 소통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카페 형태로 조성한 열린 구청장실이다.  관악구청 제공
지난 5월 관악구 주민들이 서울 관악구청 1층에 마련된 ‘관악청’에서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관악청은 관악구가 주민과의 직접 소통을 실현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카페 형태로 조성한 열린 구청장실이다. 관악구청 제공

- 관악구,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 잰걸음

첨단R&D 메카 ‘낙성벤처밸리’
서울시·서울대와 손잡고 개발
첨단기업·우수인재 유치 총력

지난 5월 ‘관악창업공간’ 오픈
심사 거친 스타트업 11곳 활동
12월엔 ‘앵커시설’ 준공 예정
법률·세무·회계 지원기관 입주

신림동에 서울도서관분관 확정
창업·비즈니스 등 테마로 특화
“지속가능 일자리로 지역 발전”


서울 관악구가 노후 주거지라는 고정관념을 벗고 ‘낙성 벤처밸리’를 동력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후문 낙성대 일대를 연구·개발(R&D)벤처기업 밀집 지역으로 조성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관악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구릉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어 도시계획 과정에서 대형 상업시설이나 산업시설이 들어서지 못해 침체 일로를 걸어왔다. 지난해 7월 ‘경제구청장’을 자임하며 취임한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이 같은 약점을 첨단 기업과 우수 인재 유치로 극복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 구청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염원하는 주민들의 지지 속에 지난해 8월 벤처밸리 조성팀을 신설해 서울시·서울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편, 기업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며 한국판 실리콘밸리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26일 관악구에 따르면, 낙성 벤처밸리는 서울대 연구공원부터 낙성대로와 남부순환로 일대 45만㎡ 부지에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완결까지 갈 길은 멀지만 행정 절차 진행을 맡은 구와 서울시, 인재를 보유한 서울대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업인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지난 5월 8일 문을 연 ‘관악 창업공간’이 대표적이다. 봉천로 545에 지상 3~5층, 연면적 486.21㎡ 규모로 꾸며진 관악 창업공간에는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친 11개 예비·초기 창업기업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관악구는 입주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4㎡ 규모의 업무 공간을 월 1만5000원의 저렴한 임차료에 쓸 수 있도록 했고 창업 교육, 기술·경영 컨설팅, 투자 연계 프로그램 등 민간 전문기관과 연계해 기업의 성장을 돕도록 했다.

현재는 건물 일부만 쓰고 있지만, 서울시에서 50억 원을 투입해 하반기 내로 건물 지하 1층~지상 5층 전체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는 (가칭)‘관악 창업센터’로 새롭게 태어난다. 내년 상반기 창업 보육, 정보 교류, 교육 공간을 확충하는 공사에 들어가 내년 9월 정식 개관한다.

예산 24억 원이 투입돼 낙성대로 2에 짓고 있는 벤처밸리 앵커시설도 올해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시설 내엔 기업들의 법률, 세무, 회계 분야에 도움을 줄 다양한 공공·민간기관이 들어오게 된다. 창업센터와 앵커시설이 완공되면 신생 벤처기업의 성장과 시장 내 안착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 향후 기업 및 인재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악구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내년 6월까지 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낙성 스타트업밸리 실행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한다. 시는 용역을 통해 적정한 위치와 밸리의 세부 조성 방법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대 역시 벤처밸리 사업에 적극적이다. 4월부터 관악구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을 공동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는 5월에 인공지능(AI)위원회를 발족하고, AI 중심의 산업 생태계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에는 중국 칭화(淸華)대 기술지주회사인 치디홀딩스 산하에서 중국 전역에 지식산업단지를 개발하는 역할을 하는 관계자들이 관악구를 찾아 낙성 벤처밸리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사업 주체들끼리 잘 협력하고 있고 낙성 벤처밸리의 사업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진행되면 2021년 상반기엔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오는 2025년 관악구에 ‘창업·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서울도서관 서남권 분관이 생기는 것도 낙성 벤처밸리 조성사업에 호재로 꼽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공개하고 2025년까지 서울도서관 분관을 권역별(동북권·동남권·서남권·서북권·도심권)로 1개씩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시는 지난 13일 관악구를 서남권 분관 대상지로 확정 발표했다.

도서관 분관 건립 대상지로 확정된 옛 금천경찰서 부지는 남부순환로 중앙에 있고 신림·봉천터널 개통과 신림·난곡선 경전철 개통이 예정돼 있어 서울 서남권 전체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로 최적의 입지라는 게 관악구의 설명이다. 또, 부지 반경 2㎞ 이내에 학교 15개가 있어 학생들도 혜택을 볼 수 있고 벤처밸리 입주 기업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구는 예상하고 있다. 도서관은 연면적 9000㎡ 내외로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선다.

지역 발전을 이끌 야심 찬 장기계획이지만 당장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한계가 상존한다. 그래서 일부 단체장은 단기에 치적을 홍보할 수 있는 현금성 복지사업 신설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박 구청장은 현금성 복지사업 신설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역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벤처밸리 조성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이라며 “직접 현금 지급이 당장은 달콤하지만,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고 되레 다양한 정책 수단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박 구청장은 “앞으로 건립이 예정된 시설들이 차질없이 완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며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연 단체장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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