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작가가 김세중미술관에 전시된 ‘나비랑 날다’ 작품 앞에서 밝게 웃으며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석 작가가 김세중미술관에 전시된 ‘나비랑 날다’ 작품 앞에서 밝게 웃으며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석 작가 ‘꽃을 그리다’展… 내달 8일까지 김세중미술관

컴퓨터 저해상도 픽셀로 그림
디지털 페인팅 작품 40점 선봬
“손으로 표현 못하는 효과 짜릿”

이순신像 만든 아버지 김세중
어머니는 ‘사랑의 시인’김남조
“부모 감수성 물려받은것 같아”


“김세중미술관 전시는 처음입니다. 부모님의 명성에 누가 될까 그것이 제일 큰 걱정입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김석(59) 작가가 9월 8일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의 조각가 김세중(1928~1986)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울 용산구 효창동 김세중미술관(예술의 기쁨)에서 개인전 ‘꽃을 그리다’전을 연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김 작가 특유의 상상과 감성으로 그려진 현란한 원색의 그림, 일명 디지털 페인팅 작품 40점이 방문객의 마음을 화사하게 물들인다. 미술관은 컴퓨터 작업을 통해 표현 가능한 다채로운 빛과 독특한 형태로 작가가 어릴 적 추억 속의 정원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김석 작가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으로 유명한 김세중 조각가와 ‘사랑의 시인’ ‘문단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남조(93) 시인의 차남이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숙명여대 명예교수도 겸하고 있는 김남조 시인은 1987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등과 함께 ‘김세중기념사업회’를 발족, 매년 ‘김세중 조각상’을 제정, 수상하고 있다. 그리고 김세중 조각가와 함께 살던 자택을 기증, 2015년 복합문화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했고, 2017년에는 ‘김세중미술관’으로 미술관 등록까지 마쳤다.

부모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면 김석 작가는 조각가나 시인이 됐겠지만 상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디지털 페인팅’ 작가가 됐다.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대학원에서 상업디자인 공부를 한 그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컴퓨터로 작업을 하기 시작한 컴퓨터 그래픽 첫 세대다. 그리고 불혹의 나이인 40줄에 들어서 ‘파인 아트’ 쪽으로 방향을 바꿔 작업 중이다. 그래서 그는 그래픽 아티스트라고도 불린다.

작품 ‘나의 장미’(60×60㎝).
작품 ‘나의 장미’(60×60㎝).
“붓을 잡은 손으로 그려내는 느낌도 좋죠. 그러나 사람의 손으로는 디지털의 다양한 장점을 쫓아갈 수 없다고 봅니다. 작품을 보시면 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결과물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텐데 색도 제가 처음 의도했던 것하고 달리 컴퓨터 안의 기능이 합쳐져 ‘제3의 색’이 만들어지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효과가 작품에 가미됩니다. 그런 효과에 중독돼 계속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 작가는 특히 오래된 컴퓨터에서나 볼 수 있는 거친 픽셀의 저해상도 이미지를 선호한다. “실사와 비슷한 고화질보다는 거친 저해상도가 디지털의 느낌을 더 오롯이 그림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술관의 김옥현 학예사는 “섬세하고 오묘한 자연을 거칠고 투박한 픽셀로 옮긴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최첨단 도구로 자연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것, 최첨단 문명에서도 아날로그적 감성은 살아있다는 것, 그런 본질적인 부분을 김석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실감 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미대 제1회 졸업생이자 교수 및 미술대 학장으로,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이순신 장군상’은 물론 ‘아녜스와 골롬바’ ‘유엔탑’ 등의 걸작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세중 조각가의 예술가적 DNA는 그에게 어떻게 발현되고 있을까.

“아버지의 작업을 어려서부터 많이 봤습니다. 묵묵히 거대한 조형물과 씨름하고 계셨는데 마치 ‘노동’을 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왠지 그 경건한 모습이 한없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비록 제가 장르는 다르지만 상업 디자인에서 디지털 페인팅으로 돌아선 것도 아마 아버지의 사물을 보았을 때 아름다움을 채집하는 감수성을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김남조 시인의 영향 때문인지 그는 글도 잘 쓴다. 직접 그리고 쓴 책 ‘별난 이야기, 별난 그림’ ‘상상노트’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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