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최근 기업들이 블랙컨슈머(악덕 소비자)의 도 넘은 ‘갑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경기침체 탓에 상습적인 꾼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이들의 횡포는 특정 분야와 대기업에 국한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무차별적이다. 그나마 대기업의 경우 법적 대응을 하는 등 정면돌파에 나선다. 최근 남양유업의 분유 캔이 녹슬었다는 일명 ‘녹가루 분유’ 사태가 그렇다. 남양 측은 피해 보상금으로 100억 원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블랙컨슈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신세계백화점, LG생활건강 등 대형 유통업체도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고객 갑질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중소기업은 대응할 엄두를 못 내는 게 현실이다. 그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언론에 보도되거나 인터넷에 올라가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와 제품의 이미지는 나빠지고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다. 특히, 소형 식품업체는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반품을 요구하는 건 이해할 만하다. 환불 조치와 사과에도 터무니없는 금전적 보상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인격 모독적인 폭언을 퍼붓는 것도 예사다.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해당 기업의 인터넷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다는 등 조직적인 행태를 벌인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및 연관 검색어를 만들기 위해 특정 시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활동을 벌이는 등 수법도 교묘하고 치밀하다. 심지어 사이비 기자들과 결탁하기도 하고, 사이비 언론들은 이를 악용해 해당 기업에 비보도를 전제로 금품을 갈취하기도 한다.

관련 법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김경진 의원(무소속)은 지난 1월 법률적 대응이 취약한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블랙컨슈머 갑질 금지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블랙컨슈머의 갈취는 범죄행위다. 제품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기사 등에 악성 댓글을 지속적으로 다는 것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고객은 왕’이다. 왕에겐 품격이 필요하다. 소비자 권리는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선 지나친 갑질 행위는 기업과 사회를 좀먹는 사회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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