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일랜드서 직원 내부고발

AI음성비서 성능개선 명분
개인의료정보·性생활까지
직원들 녹음듣고 글로 옮겨
“통신비밀침해 위험수위”


미국 애플이 수백 명의 외부 직원을 고용해 자사 서버에 저장된 이용자 음성 녹음을 글로 옮겨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근무교대 때까지 1000개가 넘는 음성 녹음을 듣고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가 제대로 작업을 수행했는지 평가했다. 이들이 몰래 들은 이용자 음성 녹음에는 개인정보와 은밀한 사생활도 포함돼 있었다. 이용자들은 AI 음성 비서가 자신이 무심코 한 말을 본사에 보고할지 꿈에도 몰랐다.

26일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일랜드 남부 도시 코크에 위치한 협력사에 자사 이용자 음성 녹음을 듣고 시리가 오작동한 사례를 정기적으로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 3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은 각자 근무교대 때까지 1000개가 넘는 음성 내용을 들어야 했다. 음성의 주인은 애플워치(손목시계)와 아이폰, 아이패드 이용자였다. 이용자들은 시리를 호출하지 않았지만, 시리가 오작동하면서 활성화돼 약 30초간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한 말을 녹음해 이를 서버로 전송했다.

협력사에 근무한 한 내부 고발자는 “우리가 들은 음성 내용 중에는 이용자의 의료정보와 같은 개인정보를 비롯해 커플의 성생활도 포함돼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번에 유출된 음성은 주로 영어권(캐나다·호주·영국) 국가로, 일부 직원들은 유럽 국가의 음성을 듣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음성 내용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게 회사 측에서 익명으로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음성 비서 성능 개선을 명분으로 이용자의 음성을 무단으로 활용한 애플에 대해 포브스는 “애플이 14억 아이폰, 아이패드 이용자가 떠나야 할 이유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글로벌 정보통신(IT) 업체들의 이용자 통신비밀 침해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최근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비롯해 아마존과 구글 등도 이용자의 음성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녹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 측은 뒤늦게 “이용자의 음성 대화는 페이스북 메신저 앱에서 말로 한 내용을 글로 옮겼다”고 시인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에게 음성 대화를 사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린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음성을 몰래 들은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비윤리적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성능 개선을 이유로 수천 명의 계약직 인력을 동원해 AI 스피커 ‘알렉사’의 사용자 음성 명령을 녹취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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