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대중화 40년’ 지휘자 금난새
카라얀 콩쿠르 심사 위원장이
“유럽보다는 한국가서 기여를”
처음엔 섭섭… 두고두고 감사
‘가족과 함께하는 오페라’공연
친근한 말투·유머로 웃음 줘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키도’ 연주회 재개소식 기뻐
“내 나라의 악단 지휘에 최선을 다했어요. 특히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려고 애썼지요. 그게 베를린필, 뉴욕필을 지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지휘자 금난새(72)의 대답은 똑같았다. 그를 지난 23일 서울예술고 교장실에서 만났을 때, 7년 전 그가 60대 중반이었을 때 던졌던 질문을 다시 했다. “국내에서 클래식 대중화에 줄곧 힘써 왔는데, 해외에 나가 세계적 명문 악단을 이끌어야 했다는 후회는 없습니까.” 그는 7년 전과 같은 내용의 답을 내놨다. “젊은 지휘자들은 앞으로 해외에 나가 뛰어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러나 내 역할은 다른 거였지요.”
그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최초로 생각한 것은, 1977년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 입상한 직후였다. 당시 심사위원장(볼프강 슈트레제만 전 베를린필 총감독)이 그에게 해 준 조언 덕분이었다. “한국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텐데, 그런 시기에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할 거라는 조언이었어요. 저를 유럽 악단에 영입하는 대신에 귀국하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인데, 처음엔 섭섭했어요. 그러나 나중에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했지요.”
그는 귀국 후 KBS교향악단 전임지휘자와 수원시향, 경기필하모닉, 인천시향 상임 지휘자를 지냈다. 지금은 성남시향과 함께 자신이 1998년에 만든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 ‘해설이 있는 음악회’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클래식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하는 데 지난 40년간 앞장서 왔다. 일부 음악 전문가는 그가 실력에 비해 과도한 명성을 누린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는 클래식 공연에 청중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꾸준히 해 왔다.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클래식·무용·전통예술 부문 ‘아티스트상’을 그에게 3년 연속(2016∼2018) 안긴 것은, 그의 티켓 파워를 증명한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한 ‘가족과 함께하는 금난새의 오페라 이야기’도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작업이다. 푸치니의 ‘라보엠’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여주고, 뉴월드 필 연주와 함께 그가 내용을 해설하는 무대였다. 이날 그가 특유의 친근한 말투로 유머를 구사하거나 지휘 도중에 익살스러운 몸짓을 할 때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 제가 장난스럽게 해서 혹시 싫으셨나요? 지휘자는 근엄하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부모와 함께 극장에 온 청소년들은 막간에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음악회를 맘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저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요. 30여 개 대학 동아리 오케스트라인 쿠코(KUCO),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키도(KYDO·농촌희망재단 희망오케스트라)와 함께할 때, 참 보람이 있었어요. 한국마사회가 후원하는 키도는 연주회를 2년간 중단했는데, 올해 재개하게 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베를린 음대에 유학할 때 독일 각 지역에서 문화 향유가 골고루 이뤄지는 것에 감명받았다. 우리나라 각 지역을 순회하며 연주회를 열려고 노력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가 제주에서 실내악 음악축제인 ‘뮤직아일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12년째 맡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도 2014년부터 5년간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실내악) 페스티벌을 열었어요. 류진 풍산 회장,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등이 후원해줬죠. 유엔 주재 대사가 많이 참여했으니, 예술이 민간 외교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맨해튼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역시 지난 2년간 중단됐으나, 내년 5월 재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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