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서 여야 동시 안보토론회

“파기 거론해 ‘동맹국 인질화’
외교안보 기본 식견 부족 탓”

“美의 인·태전략 쿼드블록서
韓은 중간지대 내몰리게 돼”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동아시아 세력구도 변화 과정에서 한국이 한·미 동맹을 형해화하고, 북·중·러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포지셔닝’(positioning·위상) 변화를 추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27일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관련 한반도 안보’ 긴급간담회에서 “지소미아 파기가 결국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미래 한국의 포지셔닝에 대해 ‘희망적 사고’를 품을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차 연구위원은 “지소미아 파기 선언은 한·일 관계 특성상 직접적인 한·미·일 3각 연대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한·일 간 협력을 통해 3국 간 안보협력 관계 강화를 지향해온 흐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지소미아는 인사·정보교류→공동훈련→군수 및 여타 지원협정으로 가는 안보 협력 강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는데, 한국의 종료 선언으로 이 같은 빌딩 블록(building block·회로)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차 연구위원은 “한국이 미국의 중재를 유도하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운운하는 것은 결국 ‘동맹국 인질화’ 전술이었다”며 “동맹을 거래 카드로 사용한 것은 외교·안보의 기본 식견 부족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 카드는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공세에 대응할 뚜렷한 수단이 없다’는 것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일본 우익에게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한·일 갈등 격화 책임을 한국 측에 그대로 떠넘기려는 아베의 전술에 말려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한·미·일의 대북 억지력을 감소시키고, 한·미 동맹을 흔들고 북·중·러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은 지금 동북아에서 한국과 더불어 민주주의 국가로 그런 일본과 척지고 살 수는 없는 일이며 일본을 배제한 채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 국회의원 회관에선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주최로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미국은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쿼드 블록(Quad Block)을 만들어 놓고 한국에 인도·태평양 전략에 전면적으로 참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쿼드 블록 대 차이나’ 대립구도 속에서 한국은 대만, 아세안과 함께 중간지대로 내몰리게 되고 한·미 동맹은 미·일 동맹의 하위구도로 재편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라든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 여러 가지 일방적 요구를 하면서도 동맹인 한국과 일본과의 문제에는 손을 뗐는데, 이제 와서 미국이 강한 유감이나 실망감을 표현하는 것은 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가 계속된다면 미국은 한국에 점차 전략적 자산에서 전략적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동북아 전략과 역학 판도의 근본적 변화를 몰고 올 변수라는 점에서 일본뿐 아니라 주변국의 우려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며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비가역적 결과를 이뤄냄으로써 미래 불안증을 앓는 일본에 전략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한·일 관계의 파국이 아니라 근본적 재구축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충신·손우성 기자 csjun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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