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했다’ ‘강한 우려와 실망’ ‘동북아시아 안보적 도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
한국 정부가 지난 22일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문화일보에 보내온 논평이나 보도자료에 들어 있는 표현들이다. 워싱턴 DC에서 1년여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같이 갑시다(go together)’라는 한·미 동맹 구호와 달리 대북 정책 등 외교·안보 정책에 적잖은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만, 양국은 그 차이가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각종 보도자료 등 표현에서 신중함을 보여왔다. 미국은 대북 제재를 놓고 한국이 엇박자를 낼 때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들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에둘러 지적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동맹국인 한국의 결정에 대해 과거에 찾아보기 힘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미 국무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미국이 이해했다”는 청와대 설명에 대해 문화일보에 “미국은 그 결정에 이해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가 이후 “각급에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협의하며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고 해명하자 “우리는 정기적으로, 그리고 최고위급에서 한국이 지소미아에 남아 있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한국 정부에 매우 분명히 밝혀 왔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런 미국의 강력한 비판에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이 담겨 있다. 하나는, 그동안 한국이 미국에 호소하던 일본의 행태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이후 고위급 인사들을 잇달아 미국 정부와 의회에 보내 일본의 조치가 부당한 경제적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에는 외교적 문제에 대한 부당한 안보적 보복 조치로 비칠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안보 전략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안보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한국의 안보 전략, 즉 한국이 군사적 적대국을 누구로 상정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정부나 의회, 전문기관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 등을 군사적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억제를 안보 전략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과 외교적 협상이나 경제적 협력을 하더라도 군사적 위협이 되는 상황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미국에 북핵과 북·중·러 밀착 등 동북아 안보 위험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한국은 군사적 적대국과 아군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국가로 보일 수밖에 없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25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트위터에 올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글은 동맹국인 한국의 안보 전략에 대해 미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우려를 보여준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마저 보복 카드로 내던지는 한국을 ‘같이 갈 수 없는’ 국가라고 판단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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