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름이 끝나 버렸을까. 우리는 철없는 천사들처럼 늙으면서 점점 추해지지. 인간의 얼굴을 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고, 할머니가 어린 시절의 내게 말해 줬을 때, 그건 내게 너무 빨리 말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부터 들려온 오래전에 죽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그 사람이었던 소리, 사람됨의 소리. 자고 일어나니 여름은 끝나 있고, 어떤 아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 아이의 회모(回毛)가 신의 색깔만 같아 한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아니고. 천사도 필요 없고 얼굴과 손도 필요 없는 가을 아침, 물에 비친 내 얼굴이 기억과는 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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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인하대 한국어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오빠생각’ ‘미제레레’가 있다. 제5회 김구용시문학상, 제19회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했다. 2019년 8월 신작 시집 ‘아무는 밤’(민음사)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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