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장비에 5兆 투입
핵심품목 지출 구조조정 제외
예비타당성조사 우대 조치도
민·관 특별관리위원회 신설
피해우려기업 1대1 전담관리
이날을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대(對) 한국 수출 절차가 대폭 강화됐다. 857개의 비(非) 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 전략물자지만 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우리나라로 수출할 경우 수출허가 방식이 ‘일반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비 전략물자에서 빠지는 식품과 목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산업에 강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정부는 국내 수입이 적은 품목 등을 걸러내면 159개 품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돼 받아왔던 일반포괄허가 혜택이 개별허가로 바뀌면 3년의 유효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고, 전자신청이 아닌 우편이나 방문신청을 요구받을 수 있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다만,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기업(ICP)이 수출하는 경우는 일반포괄허가와 효과가 거의 같은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어 정부는 우리 기업에 일본 ICP 기업과의 거래를 권하고 있다.
정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점인 이날 오전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관계장관회의 겸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백색국가 제외조치 영향 점검 및 대응계획’과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한 R&D 예산 확대와 피해기업 지원 등이 골자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초화학 등 소재·부품·장비 분야 핵심 품목 100개 이상에 대한 R&D 정부 예산을 올해 1조 원 넘게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2022년 3년간 5조 원 이상 투자한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몰(일정 시기가 지나면 효과가 소멸) 관리도 면제해준다. 대응이 시급한 핵심품목 관련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 분석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한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R&D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기업이 알아서 하겠지’라며 투자를 소홀히 하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겼다”며 “주력산업의 펀더멘털(기초)을 강화하고 (빈 곳을) 꼼꼼히 메우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품목별 지원방식도 달리한다. 예컨대, 이미 기술 수준이 높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으면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협업할 수 있게 상용화를 지원하는 식이다. 핵심품목 관리를 총괄하는 민관 공동 조직도 신설된다. 다음 달 설치되는 ‘소재·부품·장비 기술 특별위원회’는 핵심품목을 목록화하고 소재·부품·장비 R&D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아울러,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선별해 일대일 전담·밀착관리하고 피해 발생 시 긴급 경영안정 지원자금, 경제활력제고 특별운영자금 등을 공급할 방침이다. 20대 품목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조속히 집행하고 실증·양산을 위한 테스트베드도 확충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본의 규제가 시작된 이후 물량·대체수입처 확보, 생산시설 신·증설, 기술개발 및 자금 등 애로유형별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3대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대체처 발굴을 원하는 B사에 4개국 5개 공급처를 발굴해 제공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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