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장관에 비상 권력 부여
검열·구금 가능케하는 법규

“모든 법적 수단 검토할 책임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 안 해
경찰, 최소한 물리력만 행사”
親中단체,비상사태 선포 요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폭력 대응에 선을 그으면서도 시위 사태 종식과 홍콩 안정을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비상 상황에서 광범위한 분야에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전면적 비상 권력인 ‘비상상황 규제 조례’ 카드마저 꺼낼 태세다. 홍콩의 친중 단체들도 홍콩정부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하고 나서 향후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홍콩의 폭력 시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장관에게 전면적 비상 권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법률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홍콩 정부가 ‘비상상황 규제 조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홍콩의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비상상황 규제 조례는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검열, 구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규제를 만들 수 있도록 한 법규다. 관련 범죄에 대해 행정장관이 최대 종신형까지 결정할 수 있다. 이 조례는 1967년 홍콩 좌익 폭동 때 마지막으로 사용됐다.

람 장관이 보기에 6월 9일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 이후 3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홍콩 시위 사태는 지난달 이후 폭력 양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정부에 시위에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라며 가하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정부가 비상조례 카드를 내보이면서 시위대에 폭력 자제를 경고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홍콩 정부 소식통은 SCMP에 “홍콩 정부가 비상 조례 옵션 적용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공식 논의된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 소식통은 “향후 시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 시위 상황이 아직 (조례를 적용할)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람 장관은 “합법적 수단을 통해 시위 사태에 대처할 것”이라며 “폭력은 정당화되거나 미화될 수 없으며,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찰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소한의 물리력만 행사했다”고 말해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판하는 시위대와 다른 시각을 보였다.

홍콩 내에서는 친중국 단체를 중심으로 홍콩 정부에 시위 사태에 대한 총력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계속되는 사회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는 홍콩인들이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정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홍콩 기본법 18조로 중국 국가법을 적용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홍콩 기본법 18조는 국가의 안정을 위해하는 동란 발생 시 홍콩에 중국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다. 홍콩 관광, 급식, 교통 등 각계 대표들은 27일 홍콩 정부청사 앞에서 “정부가 하루빨리 폭력사태를 종식하고 질서를 회복해 홍콩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며 ‘나는 먹고 싶다’ 캠페인을 벌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홍콩 정부에 서한을 보내 “홍콩 분리주의자들은 공격용 무기로 정부에 맞서 싸우는데, 우리가 계속 참으면 홍콩인들은 먹고살 길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의 경찰 수장이 지난 26일 광둥(廣東)성을 방문해 폭력과 테러 행위를 비롯해 전복과 침투 활동 등을 예방하고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현재의 정세와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테러 행위 등을 단호히 타격해 국가 정치 안보의 ‘남대문’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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