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2사업장을 찾아 경영진과 반도체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신규라인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2사업장을 찾아 경영진과 반도체 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신규라인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업황 악화·韓日갈등 속
李, 현장경영으로 위기 돌파
평택·광주 사업장 잇따라 방문
5G 등 신산업 육성도 직접챙겨

재계 “1위 기업 총수 부재땐
국내 산업 전반 타격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29일로 확정되면서 재계가 결과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제외 조치가 발효된 직후여서 반도체 업황 악화와 함께 한·일 경제 갈등까지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자칫 ‘리더십 공백’이라도 야기되면 삼성 경영권은 물론 미래 신산업 추진작업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재계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 일정이 정해진 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 등 관련 팀을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내부 실무팀에선 판결 시나리오를 수립해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판결과 상관없이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현장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법 선고 당일에도 선고 결과를 떠나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길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3개 소재에 대한 제재 이후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한 뒤,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나섰다. 위기 상황일수록 현장에 집중하겠다는 ‘정공법’으로, 지난 9일 경기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2사업장 점검을 시작으로 20일 광주사업장, 26일에는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찾기도 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국정농단 사태’ 1심 재판 이후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던 당시의 리더십 공백이 또다시 빚어질 경우,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물론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심 집행유예 선고 이후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방점을 찍고 시스템반도체는 물론 5세대(G), 로봇, 전장사업 등 ‘미래 먹거리’ 육성에 적극 나서 왔다. 지난 4월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라는 ‘반도체 2030 비전’을 발표, 5G 선두주자인 일본을 찾아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략을 논의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왔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등 신산업의 토대를 처음부터 닦는 일은 오로지 기업 총수만이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며 “총수가 부재할 경우 굵직한 인수·합병(M&A)은 물론 신산업 동력도 현저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뿐 아니라 재계도 일본 경제 보복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재계 ‘맏형’ 삼성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전 산업은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D램 가격이 계속해 하락하는 등 최악의 반도체 업황,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한·일 경제 갈등까지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의 기업 총수 부재는 비단 삼성전자뿐 아니라 반도체 업계와 국내 전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각종 위기 상황에서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만드는 등 리더십을 발휘해 왔던 만큼 ‘빈자리’도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이어 일본의 경제 보복 직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5대 그룹 총수 회동 마련에 구심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 부회장이 국내 1위 기업 총수로서 재계 내 대책을 구상하고 위기 극복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총수들 모임의 장을 만드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던 게 사실”이라며 “국내 산업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 총수 부재는 곧 경영 위기, 국내 산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현 경제 상황에서 재계에 전반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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