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소방본부 서영재(왼쪽 세 번째) 소방위와 동료 소방관들이 28일 ‘119원의 기적’ 모금함을 들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인천소방본부 서영재(왼쪽 세 번째) 소방위와 동료 소방관들이 28일 ‘119원의 기적’ 모금함을 들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서영재 소방위 ‘재난 피해자 돕기 하루 119원 적립’ 제안

인천소방본부 1057명 소방관
지난달부터 모아온 377만원
어린이 화상환자 등 치료 지원

“시민생명 구조 뿌듯함도 잠시
현장 안타까운 사연에 늘 눈물
이젠 발걸음 무겁지 않을 것”


“119라는 숫자에는 소방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기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올해 16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인천소방본부 서영재(39) 소방위는 지난달 우연히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다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 경험을 무용담처럼 자랑한 적이 있다. 지금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자신도 화재 현장에서 ‘119 슈퍼맨’으로 불리던 소방관이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이유다. 하지만 서 소방위는 후배의 “불을 끄고 시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켰다는 뿌듯함은 잠시, 언제나 소방서로 복귀하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다”는 한마디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에서 한참을 헤어나지 못했다. 이어 그 후배 소방관과 현장에서 겪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공유해 보기로 했다. 주방용 믹서에 손이 낀 두 살배기 아이를 안고 오열하던 한 어머니, 화재로 전 재산을 잃은 장애인 부부 등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졌다.

서 소방위는 동료들이 들려준 안타까운 사연을 모아 유튜브에 ‘16년 차 소방관이 눈물 흘리는 이유’란 제목의 동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119원의 기적’이란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매일 자판기 커피값도 안 되는 119원을 적립해 누구나 바라는 기적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다. 서 소방위는 7월부터 직원들이 매일 119원씩 모금한 성금을 지난 26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날 전달된 성금은 377만4680원으로 인천소방본부 소속 소방관 1057명이 한 달간 3570원씩 적립한 금액이다. 이렇게 모금한 성금은 화재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시민과 어린이 화상 환자의 치료를 위해 지원된다.

서 소방위는 “각종 사고와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도 가슴 저미고 눈물 흘렸던 일이 많았는데, 이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힘을 보탤 수 있어 되돌아서는 발걸음이 더 이상 무겁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 소방위와 동료 소방관들은 ‘119원의 기적’ 프로젝트에 일반 시민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하루에 119원씩, 하나 된 마음이, 구조가 필요한 이웃에게 힘이 됩니다’란 119 삼행시도 만들어 배포했다.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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