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지정학적 중요성에
美가 韓 외면 못한다고 착각”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실망과 깊은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주한 미군 위협까지 거론한 미국을 상대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사실상 초치(招致)하며 강경 자세로 나서는 등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지정학적 중요성 등으로 한국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이 문재인 정부 내에 퍼져 있다”며 이런 착각이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중·러·일 관계에서도 외면당하는 등 한국이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해 한국을 버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대로 미국 또한 한국이 중국이나 북한과 안보상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강경하게 나서도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국 또한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 현안을 이유로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미 관계 프레임이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안보상 도움을 받는 상황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미국의 안보 이익 때문에 한국의 국익을 유형이 됐든 무형이 됐든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런 발상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으며 미국과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과의 외교 관계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지소미아 종료 후에는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의 위상 손상이자, 동북아에서 미국의 위상이 하락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독도 영공 침범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러시아와도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신 센터장은 “현재 한국 외교는 주변 4개국 모두와 가까이 지내지 못하는 사면초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 연구소장은 “그동안 미국은 대북 제재에 틈이 생기더라도 한·미동맹을 고려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느 정도 용인해줬다”며 “한·미 간 마찰이 계속되면 기존의 대북정책 또한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정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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