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0년 예산안’은 ‘경제 활력 제고’라는 목표와 반대로 경제를 더 나락으로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빚내서 세금(稅金)을 펑펑 쓰겠다는 무모함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 우려되고, 생색은 현 정부가 내면서 부담은 미래 세대와 다음 정부로 떠넘기는 결과도 낳는다. 정기국회의 심의 과정에서라도 시정돼야 겠지만,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예산 총 규모는 513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9.3% 늘어난다. 경제부총리조차 “달성하기 힘들다”고 자인한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2.4%)보다 4배 가까이 높은 증가세다. 예산이 300조 원에서 400조 원으로 늘어나는 데 6년 걸렸는데,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 만에 100조 원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 실적 악화로 내년 법인세가 올해보다 무려 14조 원 넘게 줄면서 국세수입이 올해보다 0.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족한 재정은 60조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충당하겠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내년 국가채무는 805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64조 원 이상 늘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재정중독’이 내년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날 함께 공개한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19∼2023년 중 국세수입은 연평균 3.4% 증가로 예상하면서, 재정지출은 배 가까이 높은 6.5% 늘리겠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내년 39.8%에서 2023년 46.4%까지 뛰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로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지켜왔던 국가채무 비율 마지노선(40%)조차 무너지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돈을 쓸 줄 몰라 아껴왔던 게 아니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재정 건전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오늘의 부채는 내일의 세금이다. ‘세대착취’라고도 할 파렴치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적극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난 2년의 소득주도성장 결과만 봐도 얼마나 헛꿈인지 알 수 있다. 민간주도성장으로 기조를 바꾸는 일이 더 절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