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 입구에 설치된 일본 복고양이 조형물. 한·일 갈등이 커지면서 최근 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 입구에 설치된 일본 복고양이 조형물. 한·일 갈등이 커지면서 최근 철거 논란이 일고 있다.
‘복고양이·인력거像 철거’ 민원
중구청 “신중히 처리방안 검토”
전문가 “고증통해 새로 꾸며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치한 조형물 철거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30일 인천 중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역사·문화를 재현한 인천 개항장 거리에 일본 전통 장식물인 복고양이(마네키네코) 한 쌍과 옛 일본 영사관 터인 인천 중구청 앞 인력거 동상의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됐다. 본격적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7건 접수됐고, 최근 들어 관련 부서에도 같은 내용의 항의성 민원 전화가 하루 수십 통 걸려오는 것으로 구 관계자는 전했다. 또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곳 인력거 동상을 철거하고 대신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자는 내용의 청원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비영리시민단체인 ‘NPO 주민참여’ 소속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인력거 동상은 일본 관광객을 위한 사진 찍기 소품이라고 조형물을 설치한 해당 자치단체에서 해명했지만, 정작 이곳에서 만난 일본인은 식민지 모습이 떠올라 사진 찍기를 꺼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의 청원 글은 이날 오전 현재 328명이 동의했다.

앞서 중구는 2007년에 4억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개항(1883년) 당시 ‘왜관’이라 불리던 이곳 일본 조계지의 모습을 재현한다며 일본식 건물 14곳을 리모델링했다. 이후 이곳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늘자 2014년에는 2800만 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일본인이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복고양이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일제강점기 일본인 관료를 태웠을 것으로 보이는 인력거 동상을 세웠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근대건축학과 교수는 “과거 일본 조계지였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를 일본풍으로 꾸미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복고양이 같은 시설물을 철거하고 제대로 된 역사·문화를 고증해 개항장 거리를 새롭게 꾸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은 “구청 앞에 일제 식민지 시절 인력거 동상이 있고, 일본풍의 고양이 조형물이 설치된 것에 대한 비난 여론과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예산을 들여 설치한 것인 만큼 각계각층의 의견을 종합해 보다 신중하게 처리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인천 = 글·사진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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