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이사장이 지난 23일 부산시 금정구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 집무실에서 60년이 넘은 클럽이사장배 은제 트로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의 이사장이 지난 23일 부산시 금정구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 집무실에서 60년이 넘은 클럽이사장배 은제 트로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정의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

1988년 입문 경력 30여년 불구
일에 쫓겨 연습 소홀한 주말 골퍼
홀인원 없고 베스트 81타 그쳐
그래도 골프·수영덕 건강 유지

올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 맡아
주 3,4일 골프장 찾아 코스 점검
디벗 보면 살점 떨어진 듯 속상
저렴한 실버전용 6홀 증설 추진


서정의(74)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은 지난 2월 말 회원 투표로 이사장에 선출됐다. 서 이사장을 지난 23일 부산 금정구 부산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 2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사장 취임 6개월이 된 그는 “요즘 골프장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면서 이날도 코스 점검을 위해 지인들과 라운드를 했다.

서 이사장은 회원 시절 골프장을 주로 주말에 찾았지만 이사장을 맡은 뒤에는 골프장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매주 화요일 골프장 간부회의를 주재하기에 주 3∼4일은 골프장으로 간다. 그는 회원으로서 코스를 돌 때와 지금 골프장 이사장이 된 이후 코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잔소리’가 많아졌다. 회원 땐 몰랐던 코스의 구석구석이 훤히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 그는 “잔디 디벗을 보면 살점이 떨어나간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벙커가 정리 안 된 모습을 보는 것도 안타까워 벙커로 달려가곤 한다”고 말했다. 코스를 걷다 보면 버려진 휴지나 담배꽁초가 유난히 눈에 띄기도 하고, 떨어져 나간 디벗 자국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서 이사장은 최대 숙원 사업이던 9홀 증설 문제를 새로운 방법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여유 부지 중 일부만 사용해 ‘실버 전용’ 6홀 규모만 증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 이사장은 “골프는 하루에 1만 보 이상 걸을 수 있는 유일한 노인 운동”이라면서 “70∼80대 고령이 되면 18홀을 도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에 체력에 따라 6홀을 한 번이나 두 번 돌 수 있는 실버 전용 코스 건립을 부산시에 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만일 6홀짜리 코스가 만들어진다면 지역 내 고령자에게 무료로, 외지인에겐 최저 가격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물론 코스 증설을 위해서는 현행법상 풀어야 할 난제가 많기에 회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협조와 지역 여론의 공론화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컨트리클럽은 서울CC에 이어 1956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골프장으로 국내에서는 몇 안 되는 회원들이 운영주체가 되는 사단법인체다. 서 이사장은 2000년 이곳 회원이 됐다. 전체 회원 수가 1000명이 넘고 평균 연령은 74세로 높다. 하지만 회원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회원이 내는 요금은 2만3000원(세금)이고 1만 원짜리 곰탕은 50% 할인한다. 클럽하우스 식당은 늘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골프장 운영은 적자 상태다. 서 이사장은 “전체 내장객 중 회원이 80%를 넘는 게 경영 압박 요인”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원 혜택을 축소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서 이사장은 1964년 당시 국영기업이던 대한통운에 입사했다. 30대 중반이던 1983년 ㈜화신종합운수를 창업해 36년째 국내외 선박 항공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물류 기업을 이끌어왔다. 서 이사장은 1988년 골프에 입문했지만, 아직 70대 스코어를 친 적이 없다. 20년 전에 기록했던 81타가 최저 타. 일이 바빠 주말만 치다 보니 라운드 횟수가 제한적이었고 연습장 다닐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다. 그는 “요즘엔 주로 90대 타수지만, 가끔 다른 골프장에서 80대 중후반 타수를 기록할 때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초보 시절 에피소드. 6홀짜리 경주 보문단지 내 가든 골프장에 자주 다녔는데 일행 중 한 명이 가끔 민물고기를 잡는 ‘통발’을 갖고 나타났다. 이 골프장은 호텔 투숙객을 위해 만든 코스여서 클럽하우스가 따로 없어 늘 골프장 밖에서 식사해야 했다. 아침 라운드를 나가면서 2번 홀 대형 해저드에 통발을 넣어 놓고 18홀을 마친 뒤 통발을 회수했다. 통발에는 항상 민물고기가 가득 들어찼고 코스 인근 식당에 가져가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했다. 10여 년 전 승용카트가 없던 시절, 회원직선제로 이사로 선출된 직후 신임 이사장을 포함한 집행부 회원들과 휴장 일을 택해 걸어서 온종일 라운드한 적도 있다. 라운드 중 배가 고파 자장면을 그늘집으로 배달시켜 먹고 54홀을 돌았던 추억도 있다. 요즘 같은 시절엔 꿈같은 얘기다.

서 이사장은 정규 코스에서는 홀인원을 한 번도 못 했다. 하지만 골프 시작 후 3년 정도 지날 무렵 아침 일찍 연습 겸해서 나갔던 9홀짜리 경주 보문골프장에서 작성한 적이 있다. 동반자의 “정규 코스가 아니니 홀인원으로 인정이 안 된다”는 말 한마디에 기념패조차 받지 못했다. 이후 지금까지 홀인원은 없다. 오히려 5년 전 변호사 개업을 한 사위가 골프 입문 사흘 만에 홀인원의 행운을 잡는 걸 직접 목격했다. 운수업계에 종사하는 친구들과 라운드를 앞두고 불참한 친구의 대타로 사위를 불렀던 것. 사위는 양산CC 가온 코스 8번 홀에서 홀인원을 작성했다.

서 이사장은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산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되도록 절제하는 스타일이다. 그가 운영해 온 회사도 화물차를 한꺼번에 수십 대씩 운행한 게 아니라 한 대, 두 대씩 늘리며 현재까지 조금씩 성장해왔단다.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빚을 내기 위해 은행 문을 기웃거린 적 없다며 회사 재정도 부채가 거의 없는 게 강점인 이유다.

“바쁘게 사는 게 건강관리의 첩경”이라는 서 이사장은 현재 적십자사 부산지사 부회장, 부산시 자원봉사 포럼 회장 등 10여 곳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몸 관리를 위해 골프 외에는 아침마다 수영을 한다.

서 이사장은 “만일 돈을 받고 치라고 하면 지루해서 못 치는 게 골프”라면서 “골프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에 늘 즐겁고 건강에 도움이 돼 지금까지 계속한다”고 설명했다.

부산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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