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최근 개봉한 ‘광대들: 풍문 조작단’은 조선시대판 여론 조작 사건을 다루고 있다. 15세기 중반 조선 7대 임금인 세조 재위 시절 ‘세조실록’에 게재된 40여 건의 각종 기이한 이적현상을 모티브로 한명회가 광대들을 기용해 민심을 조작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권력 강화를 위해 여론을 조작하는 행태는 조선시대나 6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나 여전히 유효하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면 대선이나 총선에서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댓글과 추천 횟수를 조작해 여론의 방향을 돌리는 수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드루킹’ 아이디를 쓰는 주범 김동원 씨가 처음에는 조직원들에게 일일이 당시 문재인 후보에 유리한 특정 기사에 댓글을 달게 했다가 효과가 미미하자 조작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시연을 지켜봤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댓글, 검색어 조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음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또 네이버 등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벌어지고 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포털 검색창에 어떤 단어나 인물 등을 많이 검색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네티즌들의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다. 주로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 팬클럽이 내부 통신망을 통해 집단적으로 검색해서 띄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 27, 28일부터 ‘젠틀재인’ ‘클리앙’ 등 친문 성향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국 힘내세요’ 검색에 동참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단체 행동이 시작됐다. 27일 오후 2시쯤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20위에 오른 ‘조국 힘내세요’는 수직상승해 오후 3시 30분에는 1위를 기록했다. 트위터 등 SNS에도 ‘# 조국힘내세요’라는 해시태그 게시물이 잇따랐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국 사퇴하세요’ 검색어가 등장해 1위를 넘보게 되자 밤 시간에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해외 거주자들에게 SOS를 치기도 했다. 친문 네티즌들은 2차로 ‘기레기(기자를 비하하는 속어) 아웃’을 검색어로 하려다 포털 측에서 비속어라고 차단하자 ‘가짜뉴스 아웃’을 실검 상위권에 올렸다. 문 정부는 이런 행태를 ‘직접민주주의’라며 사실상 부추겨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대표적이다. 사람인지 기계인지도 모를 여론의 탈을 쓴 ‘조작 민주주의’가 걱정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