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어머니는 평생 인천에 터를 잡고 사셨습니다. 그러다 2018년 5월, 막내딸이 사는 제주로 내려오셔서 짧은 기간이지만 오롯이 막내딸과의 추억을 쌓으시고는 지난 7월 13일 소천하셨습니다.
막내딸이었던 제가 20여 년을 모시고 살았다가, 직장 문제로 제주로 내려오면서 1년여 기간 동안 잠깐 떨어져 계실 때 건강에 이상이 생기셨지요. 인지와 기억장애가 생기고 걸음이 원활치 않았습니다. 급히 제주로 모시고 와 어르신유치원(재가시설)을 다니시며, 겸허하리만큼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눈에 담아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매일 10분 거리의 제주 바다에 나가 노을을 보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마을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선셋 포인트가 참 많습니다. 매일 어머니와 함께 본 노을은 어느새 어머니 자신을 닮아 있었습니다. 당신의 삶이 해가 지고 어스름해지는 황혼기임을 느끼셨나 봅니다.
“아름다워, 이뻐, 여기가 인천이냐? 저게 이름이 뭐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혈관성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는 아름답다는 표현은 쓰셨지만 노을이란 단어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를 가도 어제 봤던 노을에 대한, 막내딸과 함께 봤던 노을의 기억을 못하셨습니다. 엄마에겐 어제도 내일도 없이 늘 now(지금)만 존재했습니다. 그렇게 매일 노을을 함께 보며 가을의 한라산 단풍과 겨울의 상고대 모습까지 담아내고 늦봄이 지났을 즈음, 편하듯 느리게 걷던 걸음도, 환하게 웃으며 노을을 바라보시던 예쁜 미소도 삶에 대한 다른 기억과 함께 놓아버리셨습니다.
그리움엔 마침표가 없다지요. 노을을 보면 가슴 한쪽이 먹먹하고 그리움이 복받칩니다. 오늘도 노을을 바라보며 이야기합니다. 다음 생애도 꼭 다시 엄마와 딸로 만나자고….
막내딸 장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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