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낙연(왼쪽)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낙연(왼쪽) 국무총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 닥쳐오는 ‘D의 공포’

정부 “일시적 물가 정체” 설명
전문가는 디플레 우려 목소리
경기침체·소비부진 따른 진행
年 물가상승률도 0%대 가능성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0.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와 관계없이 수요 외적인 요인에 따른 일시적 물가 정체라는 의미의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저물가의 늪에 빠지면서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처럼 최악의 경제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3일 ‘소비자물가 동향’(2019년 8월)을 통해 밝힌 마이너스 소비자물가지수는 196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1.3%)을 끝으로 올해 들어 0%대(1월 0.8%)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종전 최저치는 1999년 2월의 0.2%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안정세가 0.0%대 물가 상승률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품목성질별로 보면 기상여건이 양호한 가운데 농산물 생산량이 늘어나 농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낮아졌고,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내렸다.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한시 인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하락했다. 이는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정책협의회에서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 측면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세계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활력을 추가로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 등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0%대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7%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 0%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국제유가 급락이 겹친 2015년에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요인이나 채소, 석유류 가격 하락만으로는 장기간 이어지는 저물가를 설명하기 힘들다”며 “현재 상황은 경기 침체, 소비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의 이슈로 외부적인 위험이 표출된 상황에서, 국내 임금 상승 등 소득주도 정책으로 경기가 부진한 상황이다 보니 디플레이션 국면이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철·송정은 기자 mindom@munhwa.com

◇디플레이션(deflation)=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전 단계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다. 물가가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2분기 이상 1∼2% 내외의 낮은 상승을 기록하는 현상이다. 물가하락 기대 때문에 소비와 기업투자가 지연된다는 점에서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부작용이 있다. 디플레이션은 20세기 이후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일본의 장기침체기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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