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은 지금까지 얼어 있던 몸을 녹이는 것이다. 장벽 없는 몸의 언어를 통해 서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힘을 생성해나갈 수 있는 원천이 우리에게 있다. 그 새로운 힘과 활기를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다.” 현대 무용가·안무가인 안은미(57)가 ‘현대 무용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 시립 테아트르 드 라빌 극장 상주(常駐) 예술가로 선정돼, 첫 공연을 지난 2월에 한 직후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빡빡머리 무용수’ ‘관습의 틀을 깨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안무가’ 등으로도 일컬어지는 그가 1998년 미국 공연 ‘별이 빛나는 밤’으로 뉴욕 예술재단상을 수상했을 때 뉴욕타임스(NYT)는 ‘눈부신 상상력과 재치로 가득하고, 마술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무대’라고 극찬했다.
1986년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에 자신의 이름을 건 무용단을 창단할 만큼 도전 정신이 두드러졌다. 이는 88서울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연출, 1999년 미국 맨해튼문화재단 안무가상 수상 등으로 이어져 세계적 명성을 떨쳐온 배경이기도 하다. 외모도, 작품도 튀는 이유에 대해선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부터 난 질문이 많았다. 나 자신에게, 세상에 대해 ‘왜 그럴까’ 하고 자주 물었다. 찾은 답이 일단 저질러본다는 것이다. 머리를 박박 밀고 화려한 옷을 입는 것도 한 번 해봤더니 좋아서 그런다.” 그는 춤에 유머를 녹여 넣기도 하고, 극적인 색채도 사용하며, 인체의 선(線)과 창의적인 포즈를 통해 신명을 불러일으킨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조상님께 바치는 땐쓰’ ‘대심(大心) 땐쓰’ 등 파격적 작품을 내놓은 것도 그 연장선이다. 무용과 연극적 퍼포먼스를 결합한 ‘춤 연극’ 개념을 창출한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09)에 빗댄 ‘한국의 바우슈’ 표현도 그의 이름 앞에 붙었다.
그의 첫 무용단 창단 30주년이 지난해였지만, 기념 전시회 ‘안은미래(Known future)’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지난 6월 26일 개막됐다. 회화·영상·설치·의상 등 그의 작품과 함께 퍼포먼스도 볼 수 있는 기회로,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그가 한 이런 말의 뜻을 가슴으로도 느끼게 하는 자리다. “춤추면 행복해지고, 인간다워진다. 내가 직접 30년 동안 생체 실험한 끝에 가진 확신이다. 그래서 그 춤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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