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기업 적자 10兆

탈원전 등에 韓電 손실 커지고
부동산 대책에 LH도 악화일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 등에
공기업 인건비 부담 더 커질듯


지난해 공기업(금융 제외)의 재정이 10조 원 적자로 크게 악화한 데는 복지 확대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 정부발(發) 정책 리스크(위험)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방정부 역시 급증한 복지 지출로 흑자가 대폭 줄었으며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역시 보장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복지 확대 정책으로 인해 수지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지난해 공기업의 총수입은 17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이에 비해 총지출은 183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공기업 수지는 -24.3%를 기록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 확대, 탈원전 등에 더해 최근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주택 재고 부담까지 쌓이면서 공기업 수지는 2013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한은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손실 폭이 큰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상승 및 LNG 도입 단가 상승 등으로 한전 등에서 공기업 손실이 컸다”고 밝혔다. 특히 한전이 지난 2017년 흑자에서 지난해 손실로 전환한 데는 유가 상승 등의 요인도 있지만, 탈원전으로 인한 대체 전력 구입 비용 증가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의 소비 및 복지 지출은 지방세 수입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흑자 규모가 4조4000억 원으로 전년 7조 원 대비 37%나 축소했다. 경기 둔화로 향후 세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복지 지출이 늘면서 지방정부 재정 악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은 사회보험료 수입보다 사회보장지출이 늘면서 흑자 폭이 전년(42조2000억 원) 대비 9% 감소한 38조3000억 원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주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사회보장기금이 최근 출범하면서 한동안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해 왔다”면서 “전체 공공부문 흑자 중 78%가 사회보장기금이 차지하는 만큼, 이를 제외하고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당장은 사회보장기금의 흑자가 커 보이지만 문제는 빠른 흑자 감소 속도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부동산 정책 엇박자로 공기업의 수지가 악화한 데다 전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인건비 부담도 늘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공공부문의 피용자 보수는 148조6510억 원으로 전년(140조 원) 대비 6.2% 늘었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크게 늘리고 공기업에서는 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어 증가세는 더 올라갈 수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는 과거와 같이 경영 효율성을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내부적으로도 수익률보다는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 공헌이나 취약자 지원 등에 훨씬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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