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정권의 조국 구하기 총력전
早期 권력 약화 피하려는 의도
더 큰 위협 요인은 경제의 실패
경제사령탑은 靑에 휘둘리고
디플레 조짐에도 궤변과 변명
위기 외면 땐 더 큰 위기 자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한사코 수호하려 나선 저변에는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을 것이다. 아직 5년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권력 행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이란 모래와 같아서 억지로 움켜쥐려고 하면 더 빨리 빠져나간다. 득표가 아니라 시장 논리로 작동하는 경제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안타깝게도 경제에 관한 한,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 최근의 민심 이반은 경제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측면이 더 강하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지난 8월 다섯째 주(週)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44%로, 부정 평가(49%)에 뒤집혔다. 부정 평가 요인 중에 조 후보자로 야기된 ‘인사 문제’(15%)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5%)이었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당시의 분야별 정책 평가에서도 부정 평가는 ‘경제정책’(62%), ‘고용노동’(54%)에서 가장 많았다. 경제정책만 보면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선 이후, 그해 8월 53%→ 11월 59%→ 올해 2월 61%→ 5월 62%→ 8월 60%로 고공행진 중이다.
차가운 경제 민심은 문 대통령 지지율에 변곡점을 가져왔다. 지난해 12월 3주째 조사에서 부정 평가(46%)가 처음으로 긍정 평가(45%)를 넘어서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이뤄졌다. 소득주도성장정책 등이 역효과를 내면서 초유의 고용참사가 이어지고, 수출·내수까지 부진한 경기 하강이 서민층을 덮친 여파였다. 그게 이어져 올해 2분기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상·하위 소득 격차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청와대가 ‘통계 장난’ 같은 논리로 1분위의 소득개선이 이뤄졌다고 주장해도, 그건 ‘재정중독’이란 비아냥을 들으며 돈을 푼 덕분이고, 소득 양극화가 더 악화했다는 팩트는 바뀌지 않는다.
통치력 이완은 경제 컨트롤타워의 무력(無力)에서 확인된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경제 아닌 정치·외교 문제로 발생했는데, 그 숱한 대책회의에서 경제 부처 장관이 그 비슷하게라도 목소리를 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다. 청와대의 의중을 살피는 게 먼저였다. 그래서 산업계는 정부에 기대하기보다 각자도생에 바빴다. “경제 컨트롤타워는 경제부총리이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병참기지”(김상조 정책실장)라던 말은 허언(虛言)이었다. 513조5000억 원의 내년 ‘초슈퍼’ 예산안을 편성하는 데 예산 당국이 ‘총선용’을 막지도 못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놓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갈등하고 있다. 홍 부총리 면전에서 장관들이 얼굴을 붉힌 일도 있었다고 한다. 생산적인 이견조정보다는 ‘실세 장관’들의 위세와 이념 지향이 낳은 불화로 비친다. 그 와중에 경제 당국이 열을 올리는 일이란 “경제위기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것이다. 이 또한 청와대의 주문이었을 것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저성장·저물가’의 공포가 엄습하는데, 정부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 정상 시스템이 작동 중이라고 믿기 힘든 풍경이다.
작금의 경제위기 경고는 장기 저성장이 몰고 올 파국에 관한 것이다. 기업들은 누적된 정책 리스크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리 없다. 그게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다시 투자 감소로 악순환 고리(deflationary spiral)를 형성하게 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금융시장은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한 곳의 오작동이 전체 시스템 오류로 번질 수 있는 국면, 죽는 줄 모르고 죽어가는 경제 속에 민생이 피폐해지는 상황, 그게 위기라는 것이다.
세종은 “백성은 밥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고 했다. 바로 경제다. 오랫동안 레임덕에 천착해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권 초기에는 정치 요인이 작동했지만, 국민은 점점 경제적 관점에서 평가한다”고 했다. 레임덕은 정부 신뢰의 문제다. 시장은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경제 구하기’ 대신 ‘조국 구하기’에 사활을 거는 자세로 국정을 운영하는 한, 레임덕은 더 심각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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