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즐거운 사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마광수(사진) 전 연세대 교수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이번 주 ‘마광수 시대를 성찰하다’(글과마음)라는 제목으로, 외양이 단출한 책이 나왔습니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장석주와 평론가인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가 엮었고 두 사람을 비롯해 8명이 글을 썼습니다.

장석주는 1992년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출판한 청하출판사의 대표였지요. 그해 10월 29일 새벽 장석주는 집으로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에 의해 서울지검 특수2부로 연행됐고, 거기서 학교에서 끌려온 마광수를 만났다지요. ‘공범’으로 취급된 둘은 61일 동안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12월 3일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그해 연말 문화예술계, 법조계, 종교계 등 한국 사회 전반에서 표현의 자유와 음란물 규정을 놓고 논란을 빚었습니다. 노태우 정부 말기였고 대선을 앞둔 시기였지요. 당시에도 ‘권력 내부의 기획수사’ ‘시대적인 희생양’이란 얘기가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황망한 코미디 같습니다. ‘웃프다’고 해야 할까요. 마광수는 이후 학교에서 해직과 복직, 임용 심사 탈락과 복직을 반복했고 심각한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전도가 유망했던 출판인인 장석주는 출판을 접고 전업작가로 나갔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인생에서 커다란 변곡점이 됐던 ‘사건’이었습니다.

마광수의 죽음은 우리 사회 전체가 공모한 타살에 가깝다는 데 대해 지금은 다수가 동의할 겁니다. 마광수와 함께 법정의 수난을 겪으며 그 당시의 사정과 문제의 핵심을 잘 알고 있는 장석주는 이번 책에서 마광수와의 가상인터뷰를 실었습니다.

마광수는 “우리 사회 주류의 윤리 감각을 불편하게 했다 해서 보수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여성계와 진보 진영이 한꺼번에 나를 공격한 것은 충격적인 사태였다. 문학은 상상력의 모험이자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라고 믿었던 내가 순진했던 것일까?”라고 되묻습니다. 소설가 주지영은 이번 책에 실린 ‘2017 마광수 소설 다시 읽기’에서 “‘즐거운 사라’가 2017년에 출간됐다면 아마도 1992년과 같은 외설 시비나 필화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우리의 성담론은 전적으로 그에게 빚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책은 각종 파문 때문에 정작 주목받지 못한 마광수의 문학적인 자취와 성과 및 시대사적인 의미와 의의를 분석·평가하고 있습니다. 송희복은 두 편의 글을 통해 마광수의 비평가와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시인 이승하는 시인으로서 마광수를 치우침 없이 평가했으며, 평론가 김효숙은 마광수의 산문 정신을 문화적인 맥락과 연결시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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