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네 가지’가 없다는 말을 오래 들었다. 2005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 과정에서 김영춘 의원이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이라고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싸가지는 ‘싹수’의 전라도·강원도 사투리인데, 비어(卑語)여서 점잖은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할 때 ‘네 가지’로 순화해 표현한다. 그는 2007년 인터뷰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면서 “그 말이 맞을 수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2014년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이 문제는 진영 내 이론적 논쟁으로까지 이어진다.
유 이사장은 2013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고 선언한 뒤 저술과 방송, 문재인 정부 옹호 유튜브 활동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시도해왔다. 그런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자 지난달 29일 조 후보자를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걸 가진” 인물로 규정하고, 검찰은 가족을 인질로 잡는 저질 스릴러의 악당으로, 언론은 조국을 시기하는 열등감 집단으로 묘사했다. 이틀 뒤에는 “조 후보자를 부적격, 위선자라고 하는 것은 다 헛소리”라고 했다. 지지층 결속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유 이사장은 여전히 네 가지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유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대통령 아들을 포함한 여권 전체가 총출동하며 조 후보자를 방어했고, 그런 과정에서 유시민류(類)의 ‘네 가지 발언’들이 이어졌다.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조 후보자처럼 3대에 걸쳐 위선(僞善)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면 후보직에서 자퇴하는 게 도리다. 진보·보수를 떠나 다른 공직 후보자들은 그랬다. 그런데 ‘더 질책해 달라’면서 버틴다. 그간 정의를 그렇게 외치던 일부 인사는 이를 감싼다. 위선의 달인들이다. 강 교수는 저서에서 “무례함, 언행 불일치, 남을 가르치려는 태도, 보수를 지지한다고 호통치는 자세” 등을 진보의 전형적인 싸가지 없는 행동으로 제시했다. 마치 조국·유시민의 최근 언행을 예측한 듯하다. 강 교수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집권이 가능하고, 집권 후에도 성공할 수 있다”며 ‘싸가지 있는’ 진보 정치를 호소했다. 탄핵 사태로 진보 진영이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성공한 정권이 되기에는 여전히 네 가지가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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