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분노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금수저 출신의 ‘강남좌파’ 출신이라는 데에 있지 않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 좌파’라는 게 분노의 원천이다.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향해 조국이 “진보는 강남에 살면 안 되나. 강남좌파는 개혁적이면 안 되나”라고 항변한 것은 이런 분노의 본질을 외면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발언이다. 오래전부터 정치사회 지도층의 반칙과 특권을 현란한 말솜씨로 조롱했던 그가 실은 안 보이는 곳에서 ‘리좀’처럼 얽히고설킨 반칙과 특권 속에 살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평범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의 말과 글이 이제 자신을 위협하는 ‘구업(口業)’으로 돌아오는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면서 그에 대한 환상도 철저히 깨져나갔다. 환멸, ‘디질루시옹’(desillusion)이다.
어떤 이는 조국의 행태를 ‘악의 평범성’(해나 아렌트) 차원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그의 악은 평범하지 않다. 철저히 기획된, 위계(僞計)적 특성을 갖는다. 그런 점에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는 다른 차원의 환멸을 안겨준다. 조국의 위선 본능은 지난 2일 집권여당을 들러리 세워 국회 거점을 확보한 뒤 기자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범죄 피의자 주도 셀프 청문회’를 진행한 것에서 극에 달했다. 딸의 논문·입시·장학금, 가족 사모펀드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몰랐다”로 일관하며 11시간 원맨쇼를 진행한 것은 국회사의 오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박근혜 탄핵 국면이던 지난 2017년 3월 22일 트위터에 “피의자 박근혜, 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로 일관했다”고 공격했었다. 당시 조국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면 이렇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하지 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9일 조국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후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국민은 그의 ‘인격분열’과 같은 행태를 접해야 했다. 악구(惡口)와 양설(兩舌), 망어(妄語), 이런 구업들이 그에 대한 환멸을 만들었다. 입바른 소리 잘하는 강남좌파인 줄만 알았던 그가 기획된 위선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아채면서 대중의 환멸은 깊어졌다. 지난 8월 30일 조국의 출근길.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굳은 표정이었던 그는 어찌 된 영문인지 금세 문이 다시 열렸을 때 파안대소하고 있었다. 바깥의 엄숙과 내면의 교활, 이런 분열성은 ‘주이상스’(jouissance: 고통 속의 쾌락)의 정신의학자 자크 라캉을 빼닮았다. 조국이 자신의 책에 “학문의 즐거움은 주이상스와 같다”고 썼던 일도 있다. 라캉은 반미치광이로 말년을 살았다.
조국의 업(業)은 곧 정권의 화(禍)다.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환멸은 저항으로 급속히 전화할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을 때 조국은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촛불이 기름장어를 구워버렸다. 어느 누구든 촛불민심을 비방·조롱·왜곡하는 자는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다.”(2017년 2월 1일)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문재인 정권이 계속 사리를 분별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다. 퍽.”(조국의 2010년 10월 페이스북 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