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유지해야 種 유지·번성
진화과정서 뇌 속에 각인 돼

전체 생각하는 이타성 심리
우리의 분노 보듬어 줄 해법


강아지들이 주인에게 보이는 재롱 중에 “손” 하며 주인이 손을 내밀면 악수하듯 앞발을 내놓는 기술이 있다. 맛있는 간식만 보상으로 준다면 이 행동을 한참이나 계속하곤 한다. 미국학술원 회보 논문에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손동작을 똑같이 시키면서 한 마리에게는 보상을 해주고 다른 한 마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혼자서는 잘하던 강아지가, 똑같이 손을 내밀 때 자기에게는 보상을 하지 않고 옆 짝에게만 간식 주는 것을 보고는 손 내밀기를 금방 중단했다. 강아지조차도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주인과의 놀이를 거부하는 것이다.

최근에 한 장관 후보자 자녀의 입학 전력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사안의 불법성 여부보다도 ‘불공정’하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공정함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 대한 분노나 저항을 ‘불평등 회피(Inequity Aversion)’라고 한다. 이 현상은 인간뿐 아니라 유인원에게도 존재한다. 그럼 사회적인 동물들은 왜 불공정함에 분노하는 것일까? 사회화되고 복잡한 사고능력을 가진 생물의 경우 공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단체의 협력과 단결에 중요하고, 자기 종의 번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평등에 대한 집착은 진화과정에서 우리 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본성 중 하나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적 반응이 거기에서 그쳤다면 유인원 이상의 복잡한 사회구조도 갖지 못했을 것이고, 지구상에서 이렇게 번성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훨씬 더 복잡한 상호 작용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타성(Altruism)’과 ‘심통(Spite)’이다. 이타성은 자기 이익 없이도 다른 사람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말한다. 반대로 자신의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후자의 심리 기제다. 물론 이타적 행동은 다른 생물에서도 관찰된다. 번식 한번 못하고 다른 유전자들을 위해 희생하다 죽어버리는 수많은 일벌, 일개미를 생각해보라. 그렇지만 이들의 이타성은 비슷한 친척을 살아남게 하려는 유전학적 목적일 수 있다. 인간의 이타성은 이와 달리 친족의 범위를 넘어서 나와 전혀 핏줄이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도 표현된다.

심통은 더욱 이해가 어려운 심리적 기제다. 형에게 더 큰 케이크 조각을 줬을 때, 자기의 작은 케이크에 화가 나서 접시를 뒤엎어 버리는 동생의 행동을 생각해보자. 작은 것이라도 먹는 것이 이득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에는 이런 심통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것도 유전적 연관도로 설명하려는 학자들이 있다. 슈도모나스라는 세균 중에는 다른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가진 녀석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 몸을 스스로 파괴해서 독성 물질을 배출하고 다른 세균들을 죽인다. 심통 기제의 대표적 예다. 그런데 자기와 유전적으로 유사한 세균은 이 물질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살아남게 된다. 그냥 심통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어찌 보면 친족을 위한 희생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복잡한 관계는 이런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인간 대상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3~4세의 나이에는 상대방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경우 상을 뒤엎어 버리는 빈도가 높지만, 8세만 넘어도 내가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받으면 오히려 불편을 느낀다. 인간은 심통의 본성 위에 사회화 과정을 통해 남에 대한 미안함을 배운다. 이것이 확대되면 결국 이타적인 행동으로까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그냥 감정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더욱이 내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으니 현재 제도를 모두 뒤엎어 버리자는 심통의 반응도 매우 걱정스럽다. 지금 논의해야 할 것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이타성의 문제이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번성할 수 있게 된 성공 사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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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생물학과 학사, 환경대학원 석사, 영국 웨일스대 박사,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원, 이화여대 교수를 거쳐 현재 연세대 공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 연구 분야는 미생물 생태학과 기후변화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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