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7696억 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지난 2012년 3월 정부와 정치권은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에 매월 2차례 의무적으로 문을 닫도록 하는 ‘의무휴업 제도’를 도입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게 개정의 핵심 이유였다. 국내 대표 대형마트 2곳을 대상으로 의무휴업이 시작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무휴업으로 인해 과연 매출이 얼마나 빠졌는지 계산해 봤다. A 마트와 B 마트(회사 측의 요청으로 비실명 처리) 전국 매장의 일요일 하루 평균 매출액을 합산해 보니, 522억 원이었다.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하니 두 마트 합산 매출액은 매달 평균 1044억 원, 1년에 1조2528억 원이 의무휴업으로 빠진 셈이 됐다. 의무휴업이 시행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을 계산해 보면 두 마트가 의무휴업으로 인해 거두지 못한 매출액은 무려 약 8조7696억 원에 달한다. 물론, 의무휴업을 안 했다고 대형마트들이 이 규모의 매출을 더 올렸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의무휴업 매출분이 토요일이나 다른 요일로 옮겨 갔을 수도 있다.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 없이 지난 7년간 꾸준히 일요일 영업을 해 왔다면 이 정도의 매출을 추가로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개정안을 밀어붙였던 정부와 정치권의 바람대로 과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충분한 성과를 얻었을까?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언론보도에 대한 해명으로 내놓은 자료를 보자. 중기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되기 전인 2005년 27조3000억 원에서 2013년에는 19조9000억 원까지 줄었다가 2016년 21조8000억 원, 2017년 22조6000억 원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의무휴업 시행 이후 전통시장 매출액이 미약하나마 상승했다. 그러나 이것이 의무휴업 시행에 따른 효과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통시장 지원에 투자한 돈은 2조2891억 원에 달한다. 2011∼2014년까지는 매년 2000억 원 정도 지원했다가, 2015년부터는 3000억 원대로 규모가 늘었다. 전통시장 매출 증가는 의무휴업 제도보다 정부 지원에 의한 시장 현대화 노력 등에 더 의지한 바 큰 것으로 보인다. 의무휴업을 없애 달라는 대형마트들의 하소연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 정책과 제도는 국민과 기업에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의무휴업 제도는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유통기업, 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주체 그 누구에게도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소비자는 소비 선택권을 뺏겼고, 유통기업은 매출액을 뺏겼으며, 영세 자영업자들은 아무런 혜택도 얻지 못했다. 뒤에 처진 약자를 끌어올려 모두가 더 나은 이득을 얻는 ‘상향 평준’이 아니라, 위에 있는 자를 끌어내려 ‘차라리 다 같이 못 살자’는 ‘하향 평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국회 테이블에는 의무휴업을 월 4회로 늘리고, 그 대상도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등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또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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