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8세 베테랑 유한준·이성우의 불꽃 투혼

KT 외야수 유한준
0.312·14홈런 팀돌풍 이끌어
주장 맡아 어린 선수 롤모델역
아내가 차려준 밥 먹고 출근
오후 1시부터 개인훈련 몰두

LG 포수 이성우
유한준처럼 철저한 자기관리
KBO 최고령 안방마님역 톡톡
수첩에 타자 장단점 적고 암기
공부하며 후배들과 ‘정보’공유


유한준(KT·사진), 이성우(LG)에게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유한준과 이성우는 1981년생. 1군 최고령자는 1979년생인 LG 박용택(40)이지만 올해 54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박용택 바로 아래인 유한준과 이성우는 다르다. 여전히 혈기를 뽐내고 있다. 유한준은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에서 15일까지 131경기에 출장했고 타율 0.312(478타수 149안타), 14홈런, 82타점, 60득점을 유지 중이다. 특히 베테랑에겐 최대 고비인 7∼8월 무더위 속에 치른 40경기에서 타율 0.312에 6홈런, 27타점을 올렸다.

KT 후배들은 “유한준 선배의 진짜 가치는 그라운드 밖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유한준은 올해 주장을 맡아 든든하게 무게 중심을 잡고 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 역할을 해내고 있다.

KT 관계자는 “유한준은 라커룸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면서 “팀 내 어린 야수들이 유한준을 믿고 의지하고 있고 특히 조언을 구할 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친형 같은 선배”라고 귀띔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유한준에게 팀 주장과 4번타자의 중책을 맡기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 감독은 “유한준은 팀을 잘 이끌어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칭찬했다. 유한준은 “프로이기에 선수단은 모두 기량이 출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참으로서, 그리고 형으로서 많은 걸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성우
이성우

이성우는 백업이다. 시즌 타율은 0.167(60타수 10안타). 하지만 KBO리그 최고령 포수이면서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성우는 지난해까지 SK 소속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은퇴, 프런트로의 전업을 제안받았지만 현역 생활 연장을 선택했고 LG로 옮겼다.

이성우는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보다 벤치를 지키는 날이 더 많지만, 프로야구 선수라는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서 주전포수 유강남의 뒤를 받치고 있다. 이성우는 “LG에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행운”이라며 “1군에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어디든, 언제든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한준과 이성우의 공통점은 철저한 자기 관리.

유한준은 루틴 신봉자로 불린다.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반드시 아내가 정성껏 차려준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 오후 1시에 야구장에 도착한다. 개인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 야구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웨이트트레이닝이다. 베테랑은 대부분 체력적인 부담감 탓에 웨이트트레이닝의 강도를 줄이지만, 유한준은 다른 선수들의 2배 이상 높은 강도로 훈련한다. 이어 실내 연습장으로 가 타격자세, 스윙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난 뒤 팀 훈련에 합류한다.

유한준은 또 야구, 운동에 손해가 될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술, 담배는 물론 탄산음료조차 입에 대지 않는다. KT 후배 김민혁(24)은 “유한준 선배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루틴을 지키는 성실함을 배우기 위해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라면서 “유한준 선배처럼 ‘롱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우는 늘 수첩을 들고 다니며 꼼꼼히 체크하고 컨디션을 조절한다. ‘수첩왕자’인 셈. 이성우의 수첩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하루 일과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또 상대 팀 타자들의 장단점과 습관들을 수첩에 적어 놓고 암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후배 포수들과 공유한다.

LG 관계자는 “이성우는 공부를 정말 많이 한다”면서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그를 미래의 지도자감으로 높게 평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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