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벽·정치간섭 등으로 악명
독재자 못지 않은 욕심에 원성


독재자들만큼 지탄받는 이들이 있다. 퍼스트레이디로 군림하며 전횡과 사치를 일삼은 배우자들이다. 독재 정권이 축출되거나 비판받는 와중에도 이들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인 이멜다다. 지난 7월 이멜다의 구순 생일잔치에는 25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여전히 필리핀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잔치에서는 음식을 먹은 하객들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켜 261명이 병원에 실려 가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3000켤레에 달하는 구두를 살 정도의 심한 낭비벽으로 ‘사치의 여왕’이라고 불린 이멜다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최고 77년의 징역형을 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멜다는 1986년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축출될 당시 하와이로 망명했는데 1989년 남편이 사망한 뒤 필리핀으로 돌아와 2016년까지 하원의원 3연임에 성공했다.

로버트 무가베 전 짐바브웨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배우자인 그레이스는 최근 장례 계획과 관련,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짐바브웨 정부는 무가베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 안장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레이스가 거부하며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짐바브웨 당국은 그레이스가 무가베 전 대통령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환수에 나설 수도 있다. 1980년대 후반 무가베의 개인비서로 일하다 불륜관계로 지내온 그레이스는 1996년 자신보다 41세 많은 대통령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외국 사치품 쇼핑을 즐겨 ‘구찌 그레이스’ ‘퍼스트 쇼퍼(First Shopper)’라고 불렸다. 그레이스는 2012년 대통령 후계자로 거론된 조이스 무주루 전 부통령을 축출한 후 집권당 여성연맹 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왜 안 되느냐”고 연설해 야망을 보이기도 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는 자국에서 이미지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리아 대통령실은 아스마의 유방암 투병 사진을 공개해왔다. 그는 시리아 내전에서 장애를 갖게 된 상이용사 가정을 방문하는 등 다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 전까지만 해도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아랍의 다이애나’ ‘사막의 장미’ 등의 별명을 얻었던 아스마의 평은 내전 발생 후 180도 달라졌다. 자국민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남편을 두둔하다 ‘지옥의 퍼스트레이디’라는 평가를 듣게 됐다. 2012년 정부군이 시위대를 포격해 79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에도 그는 “남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전 중에 사치품 수억 원 상당을 사들여 ‘시리아의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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