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장사상의 대가로 유명한 학자
정년 6년 남기고 현실참여 선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실천 철학자’로 불리지만 대학 강단에선 현실 문제보다는 학문 연구에 천착했다. 이라크 파병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이 불거졌던 2000년대 초반 상당수 학계 인사들이 사회참여를 외치며 찬반 목소리를 냈지만 이때도 최 교수는 예외였다.
이랬던 최 교수가 정년을 6년여 앞둔 2017년 1월 갑자기 대학에 사표를 냈다. 노장사상의 대가로 꼽히면서 학문 외에는 관심이 없을 것만 같았던 최 교수가 갑자기 현실에 뛰어들겠다는 ‘깜짝’ 선언을 한 것. 최 교수는 “항상 현실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2000년대는 스스로 실력이 잘 쌓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공을 쌓고 학교 밖 강호로 나온 그는 빠르게 행동했다. 최근 공식 출범한 사단법인 ‘새말새몸짓’이 대표적이다.
새말새몸짓은 국가 미래를 설계하고 새로운 시대 어젠다를 만들기 위해 최 교수를 주축으로 각계 인사들이 참여해 만든 순수 민간단체다. 최 교수는 단체 설립 배경에 대해 “민주화까지 온 다음에 새로운 어젠다가 설정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와 같이 급격한 국력 약화를 겪고 강대국들의 노리갯감이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란 도도한 흐름 속에 익숙한 과거의 문법과 태도로는 이제 불가능하니 새말새몸짓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간 대학에서 철학을 연구하던 학자가 학교 밖으로 나와 사단법인을 만들고 사람을 모은다는 것은 자칫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공자께서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이웃이 있다)’이라고 했듯 내가 하는 일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함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며 “지식인은 시대가 아파하는 병을 함께 아파하고 고치려는 자이지, 그 병에 눈감고 함께 빠져 죽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사단법인을 만들며 활동 폭을 넓히는 것은 현대사회가 이념 중심의 주리론(主理論)에서 현실 중심의 주기론(主氣論)으로 이동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는 “현대는 기 중심의 사회로 국가보다 민간, 중앙보다 지방정부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만 이 방향과 다르게 국가를 비대하게 만들고 국가의 주도권을 더 강화하고 있는데, 이건 문명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1959년 전남 함평 △광주대동고, 서강대 철학과 졸업 △베이징(北京)대 철학 박사 △서강대 철학과 교수 △미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방문학자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학과 방문교수 △건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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