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그룹賞 차세현

아직도 날 사랑하고 있을 우리 아빠에게.

아빠, 안녕. 아빠 딸 세현이야.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헛웃음이 절로 나와. 자다가 눈을 떴을 때, 펑펑 울던 엄마가 언니랑 나더러 학교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청 좋아했었어. 학교를 가지 않는 대신 버스를 타서 화장장에 갔을 때에야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어. 근데 난 엄마가 우는 모습을 보고도 안 울었었어.

다시 버스를 탔을 때에야 숨죽여 울었었어. 많은 친척이 울고 우리를 위로해주는 걸 보면서, 사실 아빠를 많이 원망하기도 했어. 그러게 술 끊고 담배 끊으라니까, 왜 끝까지 안 끊다가 다른 사람들 슬프게 하고 그러냐면서.

아빠가 우리를 떠나고 난 몇 주 동안은 아빠라는 단어만 들려도 울컥하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덜컥 나왔어. 한 번은 나 때문에 아빠가 간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어리광을 피워서, 지쳐서 떠난 건가, 더 강하게 술 담배를 끊으라고 할 걸 그랬나 생각도 했었어. 새벽에 혼자 고통스러워하면서 혼자 119를 부르고 죽을 때까지 혼자 아파했다는 걸 들었었는데 왜 나는 잠만 자고 있었나, 죄책감도 들었어. 왜 그렇게 깊게 잠들어서 아빠 마지막 모습을 못 본 건지. 나를 원망하기도 했어.

정말 웃기는 게, 아빠가 내 곁에 없다는 게 익숙해졌다고 생각이 들 즈음에, 빌라를 짓는 곳을 우연히 지나갔었는데 거기 있던 사람 한 명이 아빠를 너무 닮았던 거 있지? 아빠가 살아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어. 그렇게라도 믿고 싶었나 봐. 지금 우리는 부산에서 나름 잘 살아가는 중이야. 아주 가끔씩 새벽 감성에 젖을 때면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져서 괜히 울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 나름 괜찮게 살고 있어. 초등학교도 무사히 졸업하고, 중학교도 무사히 졸업한 건 아마 아빠가 지켜준 덕분이겠지?

1년에 한 번씩 아빠 보러 갈 때마다 했던 생각이 ‘웃으면 안 돼, 슬퍼야 돼’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웃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1년에 한 번밖에 못 보는 딸인데 울고 있으면 아빠도 슬프지 않겠어? 앞으로 찾아가면 환하게 웃어줄게. 그럼 아빠도 꿈에 나와서 환하게 웃어줘. 안아주면 더 좋고∼.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난 아직도 아빠가 너무 좋아. 아빠 딸로 태어나게 해줘서, 그리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표현해줘서, 지금의 가정, 그러니까 엄마, 언니, 나, 주현이 이렇게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사실 고마운 게 너무 많아서 다 못 적겠어. 지금은 이곳을 통해서 편지를 보내지만, 다음부터는 아빠한테 다이렉트로 보내줄게. 부디 이 편지가 여러 곳을 거치더라도 결국은 아빠에게 닿기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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