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3m 깊이의 지하 탱크 청소를 하러 들어갔던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이들은 냉동 오징어를 손질한 뒤 남은 내장 등을 폐기하기 위해 보관하는 탱크를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먼저 들어간 근로자가 쓰러졌고, 이를 구조하러 들어간 2명이, 또 뒤따라 들어간 1명마저도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렇듯 질식 사고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52.5%로, 일반 사고의 40배나 된다.
안타깝게도, 산재(産災) 사망 근로자는 태국인 3명과 베트남인 1명으로 모두 외국인 근로자였다. 이들은 내국인 근로자들에 비해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작업 강도가 훨씬 높은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 주로 취업한다. 따라서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 산업안전보건교육 미비 등으로 산업재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보건대 이번 사고의 원인은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지하 저장 탱크에 미생물이 증식하면 산소를 지나치게 많이 소모해 저(低)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공기 중의 적정 산소 농도는 약 21%인데, 무더운 여름철에는 미생물이 급격히 번식하면서 산소 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저산소증은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상태를 말한다. 산소 농도가 16% 이하로 낮아지면 구토, 두통 증상과 더불어 활동 능력과 인지 능력이 떨어지며, 10% 이하가 되면 즉시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다. 산소 농도 6% 이하에서는 단 1회만 호흡해도 실신, 사망할 수 있다. 산소 없이 4~6분이 지나면 뇌와 신경세포가 파괴되는데, 다시 산소가 공급되더라도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저산소증은 뇌와 신경에 영구히 손상을 준다.
둘째, 탱크 내에 저장된 냉동 오징어 부산물이 부패하면서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메탄가스, 암모니아 및 황화수소 등이 생성돼 단순질식제 및 화학적 질식제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질식제 그 자체는 독성이 없으나, 환기가 불충분한 제한된 공간에 다량 있을 경우 산소분압을 떨어뜨려 산소 부족을 초래한다. 화학적 질식제는 연탄가스 중독처럼 혈액 중 산소 운반을 저해해 인체의 조직에 산소 결핍을 초래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폐 조직 등을 손상해 산소 배분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처럼 인체는 산소 농도가 떨어진 공기를 몇 모금만 들이마셔도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질식 사고를 ‘보이지 않는 살인’이라고 한다. 정부는 충돌·추락·질식을 ‘3대 악성 사고·사망’으로 분류,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사고와 후진적인 재해는 되풀이된다.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느냐’를 가지고 단순히 기술적인 분석만을 하고 있어 더 문제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거액을 들이거나 많은 인프라를 동원하지 않고 기본적인 조치만 제대로 취해도 동반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산소 결핍과 같은 질식 사망은 미처 피할 길이 없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질식 재해는 기본적인 안전보건 수칙만 지킨다면 예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재 사망 절반 줄이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산업체·근로자 모두가 기본적인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도 작업 현장에서 스스로 귀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 이번 사고는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 및 건강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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