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ILO 제소 위해
정부, 핵심협약 비준해야” 주장
결국 전교조 합법화 관철 포석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전교조 합법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압박하기 위해 한·일 갈등을 ‘노동문제’로 제기하고 나섰다. 일제 강제징용이 ILO 협약 위반인 점을 지목하며 정부가 핵심협약에 비준해야 이를 ILO 측에 제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일 갈등과 상관없는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비준을 요구하면서 ‘반일 감정’을 이용해 노동계의 숙원을 관철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관련해 “아베 정부의 대응은 ILO 협약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ILO 전문가 위원회에 ‘일본 정부의 ILO 협약 제29호 이행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강제노동 금지’를 규정한 제29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아 해당 조항에 대한 ‘활용자격이 없다’고 지적하며 “양대 노총은 제29호 협약은 물론 모든 미비준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즉각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양대 노총이 비준을 촉구하고 있는 ‘모든 미비준 핵심협약’에는 ‘결사의 자유’ 협약인 제87호, 제98호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두 조항은 각각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비준하기 위한 정부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인데, 통과 시 법외노조 상태인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결사의 자유’ 협약 요구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이런데도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과 관련한 사안을 양대 노총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대 노총은 또 ILO 회원국으로서 다른 회원국(일본)을 제소하기 위해 해당 협약에 비준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ILO 협약의 ‘강제력’이 사실상 없어 유명무실한 주장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ILO 협약 제29호를 비준한 뒤 일본 정부의 협약 위반 문제를 제소할 경우 ILO는 이사회 심의를 거쳐 진상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단체 의견은 ILO 전문가 위원회가 일본 정부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게 된다. ILO 전문가 위원회도 위반 사항에 대해 개선을 권고할 수 있지만, 대법원이 내린 배상 판결을 일본 기업이나 정부에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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