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본사 터빈 공장에서 직원들이 국내 독자기술로 처음 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최종 조립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본사 터빈 공장에서 직원들이 국내 독자기술로 처음 개발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최종 조립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2013년 1조 투입 연구시작
美·獨 기술장벽 뚫고 결실
2023년부터 상업운전 예정

1500도 견디는 부품 4만개
중형차 값 블레이드 450개
2030년까지 수입대체 10조


지난 2013년 10월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추진했던 이탈리아 발전설비업체 ‘안살도 에네르기아’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국가 전략 기술 유출을 우려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진입 장벽이 높은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하는 방법은 독자 개발뿐이라고 결단을 내렸다. 독일, 미국 등 선두업체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 제트엔진을 만들지 못했던 나라가 결코 가스터빈을 개발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후 6년 만에 두산중공업은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성능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과 함께 세계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된다.

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본사 내 터빈 공장에서 ‘가스터빈 초도품 최종조립 행사’가 열렸다. 공장 안을 가로지르는 대형 크레인이 가스터빈의 ‘척추’인 65t짜리 ‘로터’를 8m가량 끌어올린 후 왼쪽으로 15m로 옮겨 고정체 위에 앉혔다. 로터와 고정체가 최종조립된 가스터빈 완전체는 가로 11.2m, 높이 5.2m에 무게 약 320t이다. 출력은 270MW(메가와트), 복합발전효율 60% 이상 대용량 고효율 제품이다. 이는 25만∼30만 가구 전기 사용량을 도맡는 규모다. 내부에 들어간 부품만 4만여 개다. 핵심 부품인 블레이드(날개)는 450여 개인데, 개당 가격은 국산 중형차 한 대와 맞먹는다.

초도품은 현재 공정률 95%로, 연내 성능시험에 들어간다.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는 500MW급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공급돼 2023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발전용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해 추진한 국책과제의 일환이다. 두산중공업이 연구개발비 1조 원을 투자했고, 정부가 약 600억 원을 지원했다. 국내 대학 21곳, 정부 출연연구소 4곳, 중소·중견 기업 13곳, 발전사 등 산·학·연도 힘을 보탰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발전산업 생태계가 원천 기술 없이 살아남기 어렵게 바뀌었고, 국내 탄소 배출량을 절반가량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가스터빈 기술 개발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온도가 1500도 이상 올라가는 극한 조건에서 금속이 견딜 수 있는 기술이 핵심이다. 가스터빈은 가스발전 시 미세먼지 배출량이 석탄발전의 8분의 1이고, 질소산화물 등 대기 오염 물질은 3분의 1 이하 수준이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는 가스터빈 149기는 모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 외국산이다. 구매비용과 유지보수비를 합치면 총 1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가스터빈이 필요한 신규 복합발전소는 2030년까지 약 18GW(기가와트) 규모로, 국산 사용 시 수입 대체 효과로 약 10조 원이 기대된다.

창원=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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