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신문에는 네 컷 만화가 실렸다. ‘야로씨’ ‘나대로 선생’ ‘왈순 아지매’ ‘두꺼비’ ‘고바우 영감’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것은 ‘고바우 영감’이 아닌가 한다. 암울한 시기에 어떤 만화보다 거침없이 권력을 풍자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고바우 영감’의 주인공 ‘고바우’는 김성환 화백이 그린 만화 캐릭터 중 하나다. 이 만화는 1950년 육군 본부가 발행한 ‘사병만화’에 첫선을 보였다고 하니 ‘고바우’라는 말도 이때부터 쓰인 것이 된다. ‘고바우’는 ‘고’씨 성에 ‘바우(‘바위’의 방언)’라는 이름의 남자 이름이다. 예전에는 남자아이가 ‘바위’처럼 튼튼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우’를 이용해 이름을 짓기도 했다. 그런데 만화 주인공 ‘고바우’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영감이다.

‘고바우’가 ‘인색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런 의미는 만화 주인공의 투사적 이미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것이 ‘인색한(吝嗇漢)’이라는 의미를 띠게 된 것은 1959년 제작된 ‘고바우’라는 영화 때문으로 이해된다. 영화의 주인공 ‘고바우’는 고리대금업에까지 손을 댄 인색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영화 주인공 ‘고바우’가 몹시 인색한 사람이기에 ‘고바우’에 ‘인색한’이라는 의미가 생긴 것이다.

‘인색한’이라는 의미의 ‘고바우’가 사전으로는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처음 올라 있다. 그런데 이런 의미로 쓰인 ‘고바우’의 용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사전에 인용된 문장 속의 ‘고바우’는 ‘인색한’이 아니라 ‘바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어서 적절한 예가 되지 못한다. ‘바보’라는 의미는 만화 속 고바우 영감의 외모가 너무 우스꽝스럽고 또 하는 짓이 엉뚱하기도 해 생겨난 의미로 추정된다. ‘바보’라는 의미를 인정하면, ‘고바우’에는 ‘인색한’과 ‘바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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