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교수 ‘포퓰리즘’ 특강

“외국 권력을 속죄양으로 해
자신들 정책 실패 덮으려해”
反日 정책 등 우회적 비판


진보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사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19일 “대통령이 헌법이 정한 규범을 무시하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포퓰리즘은 외국 권력을 속죄양으로 해서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덮으려 한다”면서 “국민적 복지와 안보에 필요한 외부적 연계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신자유주의 시대의 포퓰리즘’이란 제목의 특별 강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와 일련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최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촛불시위를 경험한 이후 우리나라에도 포퓰리즘 현상으로 보이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헌법의 규범을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에 비유했다. 차량이 도로를 빗나가지 않도록 하는 가드레일 덕분에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듯이 민주주의 사회의 가드레일인 헌법 규범을 현실에서 잘 지켜야 민주주의가 정상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이 이를 무시하면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퓰리즘 시대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민주주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명예교수는 포퓰리즘의 단기적 유용성은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폐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은 정치 무관심층이 새로운 정치 세력이 되는 걸 촉진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기능적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지속하면 정책보다 감정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고, 성취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미래 세대에 악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포퓰리즘 정치의 폐해로 외국을 속죄양으로 삼아 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행태를 들면서 이것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미국과 일본 정부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맹보다 국익’을 내세우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간접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사진=이미숙 논설위원 musel@munhwa.com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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