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 주사 획기적 개선

KIST, 주사한방으로 맞춤형 치료 가능한 새 기술 개발… 국제학술지 논문 2편 게재
줄기세포 주사액에 하이드로젤 섞었더니 줄기세포 생존율 10%→80%로 급증, 분화율도 4배로 뛰어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 하면 2005년 황우석 사태가 먼저 떠오른다. 논문 데이터 조작과 실험용 난자 획득 과정의 의료윤리 위반으로 막 싹을 틔우던 생명과학 기술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초래, 10년 이상 혹독한 ‘줄기세포 겨울’을 맞았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던 국내 최초, 세계 최초 기록들이 엄격한 규제로 가로막히면서 오랫동안 다른 나라의 연구 발전을 손발이 묶인 채 바라만 보아야 했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제의 효능은 이미 수많은 임상 사례로 검증이 끝나 현장 의료계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해외로 나가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국민의 ‘원정치료’ 불편을 해소하고 정당한 연구 필요성을 요구하는 의료계 여론에 응해 지난달 첨단재생의료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뒤늦게나마 줄기세포를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성장동력으로 키워보자는 취지다.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최근 줄기세포 주사 한 방으로 원하는 조직재생 치료가 가능한 새 기술을 개발했고, 그 연구결과 논문 2편이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s)’과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각각 게재됐다. 기술의 핵심은 줄기세포를 젤리형(型) 고분자 포장재로 감싸는 것. KIST 연구진은 우선 하이드로젤(Hydrogel)로 줄기세포를 감싸 보호했다. 하이드로 젤은 물 또는 물이 기본 성분으로 들어있는 젤리 모양의 물질이다.

특히, 상온에서는 액상 형태였다가 체온에서 빠르게 딱딱한 젤리 형태로 변하는 특성을 가진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을 주사 제재로 사용했다. 줄기세포가 함유된 하이드로젤 주사액을 주입하면 따뜻한 인체 내에서 고체와 비슷한 젤리 형태로 굳어진다. 그리고 젤리 안에 펩타이드(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생체 유래 화합물) 생리활성 물질을 볼트와 너트 또는 장난감 레고 블록의 조각과 같이 개수 및 종류를 조절해 삽입함으로써 원하는 조직으로 맞춤형 분화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호르몬·단백질·약물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한 하이드로젤은 미사일의 레이저 유도장치처럼 줄기세포를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전달체(carrier)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줄기세포만 단독으로 주사하던 기존 방식보다 크게 세 가지의 획기적 개선 성과를 거뒀다. 첫째, 하이드로젤 자체가 생체유사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줄기세포의 생존율을 높였다. 둘째, 하이드로젤이 원하는 부위에만 주입돼 줄기세포가 오랜 시간 머무르게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셋째, 하이드로젤에 줄기세포 분화 증강이 가능한 생리활성 물질들이 함유돼 줄기세포를 골·연골·지방 등 원하는 조직으로 맘대로 재생시킬 수 있는 맞춤형 분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는 그동안 정맥주사, 복강주사, 치료부위 직접 주입 등으로 인체 내에 투여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주입된 치료용 줄기세포들은 목표 부위에 머물지 않고 부유(浮遊)하다가 전신에 퍼져버려 치료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줄기세포는 또 특정 질환 부위에 주입되면 인체에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및 TNF-α 등과 같은 면역 인자들의 공격을 받아 해당 부위에 오랫동안 남아있지 못하고 사멸할 수 있다. 이런 험난한 체내 환경에 맞선 결과, 줄기세포 10개 중 1개만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율이 낮았다. 무엇보다 치료 목적에 맞게 줄기세포를 환자와 의료진이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켜야 하는데 정밀 유도가 쉽지 않았다. 교신저자인 송수창 책임연구원은 “파괴된 도시 재건 임무로 줄기세포 특공대를 척박한 사막에 낙하산으로 투하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냥 목표 지점에 떨어지면 대부분 오래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특공대가 거주할 천막을 같이 투하하면? 단단하게 집 모양으로 설치된 천막은 뜨거운 태양과 바람을 막아줘 생존율을 높이고, 결국 특공대는 오랫동안 살아남아 파괴된 도시를 재건할 수 있다. 또 특공대끼리 천막 안에서 활발하게 정보 교환을 하면서 도시 재건 그 이상의 것도 가능하다. 천막 안에 설계도까지 넣어주면 원하는 건물을 정확히 복원할 수도 있다”고 쉽게 설명했다.

‘줄기세포 천막’인 하이드로젤을 씌운 결과는 놀라웠다. 줄기세포 생존율은 단독 주사 시 10%에서 무려 80%까지 치솟았다. 십중팔구 죽다가 대부분 생존하는 쪽으로 극적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줄기세포 분화율 역시 4배나 높아졌다. 제1저자 홍기현 연구원은 “자가조립 생리활성 물질의 종류와 투여량을 조절함으로써 연골·지방 조직재생뿐 아니라, 간·피부 등 보다 다양한 조직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 용어설명

하이드로젤(Hydrogel)

친수성(親水性) 3차원 고분자 네트워크로 구성되고, 수분 함유량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생체 친화적이다. 다공성(多孔性) 구조를 지녀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고, 강도도 부드러운 편이어서 생물조직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런 까닭에 조직 회복 및 대체, 바이오닉스(Bionics·생물학과 전자공학의 합성어로 훼손된 조직이나 일부를 기능성 인공물로 대체하는 기술) 디바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KIST 연구팀은 고분자 네트워크가 온도에 따라 액상에서 젤 형태로 변하는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 ‘폴리포스파젠 하이드로젤’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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