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길
박수길

- ‘100인 성악가’ 이어 내달 3일 ‘한국 가곡의 밤’

마포문화·세일음악재단 주최
국내 대표적 성악가 대거 참여
원로 성악가 박수길 명예교수
“국민 다시 애창하는 계기 기대”
음악감독 메조소프라노 정수연
“가곡 대중화·세계화에 기여”


한국 가곡(歌曲) 100주년을 앞두고 부흥의 불씨를 살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00인의 성악가가 부르는 100곡의 한국가곡 르네상스’ 공연이 지난 20∼22일 열린 데 이어 오는 10월 3일엔 세일음악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한국 가곡의 밤’이 펼쳐진다. 이와 관련, 원로 성악가인 박수길 한양대 음대 명예교수는 “가곡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게 사실이지만, 올가을에 그 불씨를 되살려서 국민이 다시 애창하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규도
이규도


가곡은 시(詩)를 가사로 삼은 성악곡을 말한다. 서양 음악이 들어온 구한말 창가에서 전환돼 1920년대부터 만들어졌으며, 초기에 ‘가요’로 불리다가 대중음악과 차별화하기 위해 ‘가곡’으로 칭하게 됐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에서도 시를 붙인 성악곡을 가곡이라 부른다. 최영식 한국가곡연구소장은 “서양음악을 바탕으로 한 가곡과 우리 전통 가곡을 구별해야 명칭 혼란이 빚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곡이 서양음악 형식을 빌렸더라도 우리말로 우리 정서를 표현하기 때문에 한국의 얼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의 말대로 가곡은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 겨레의 애환을 위로하며 희망을 줬다. 1980년대까지 방송에서 일상적으로 흘러나왔고, 우리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 장르였다. 그러나 가곡은 1990년대 이후 대중음악 위세에 밀려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지난 20일부터 3일간 열린 ‘100인의 성악가…’ 공연은 그 희미해진 불씨를 살려보려는 시도였다. 클래식 축제 행사를 매년 열어온 마포문화재단(대표 이창기)과 성악가들이 뜻을 모았다. 한국 가곡 100주년을 앞두고 100인의 성악가가 참여했다. 우주호 등 중견 성악가들이 적극 나서고, 박수길과 이규도 등 원로들이 호응했다.


가곡 100주년 시점은 논란이 있다. 그 기점을 언제로 할지 음악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인데, 박태준의 ‘동무 생각’이 나온 1922년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이 지지를 얻어가는 상황이다.

마포문화재단 측은 이번 공연 관객 반응이 예상보다 폭발적이어서 놀랐다고 했다. “경남 진주에서 아들과 함께 올라온 한 중년 남성 관객은 가곡 전성기 때의 향수가 일었다고 하더군요. 성악가와 관객이 피날레 곡으로 ‘동무 생각’을 합창할 때는 모두 벅찬 표정이었습니다.”

최 소장은 이번 공연을 관람하며 가곡이 우리 국민에 의해 다시 애창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성악가들이 스스로 즐거워하고, 관객들은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음악회를 본 적이 없어요.”

내달 3일 열리는 세일음악문화재단의 ‘한국 가곡의 밤’은 올해 11회를 맞았다. 이번에 특별한 것은, 가곡 100주년을 앞두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가곡을 부흥시키기 위해 헌신한 고 정승일 재단 이사장의 유지를 뒷사람들이 받드는 음악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타계한 정 전 이사장은 기업인으로서 문화재단을 만들어 음악계, 특히 성악계 발전을 위해 애썼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세일 한국 가곡 콩쿠르’를 열어 신진 작곡가와 성악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서울 예술의전당 등 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세일음악문화재단 이사장 대행을 맡고 있는 박수길 교수는 “정 이사장은 기업을 잘 일궈서 얻은 경제적 여유를 음악계에 투자한 드문 인물”이라며 “지병으로 안타깝게 타계했으나, 그의 딸(메조소프라노 정수연)이 유지를 잘 받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올해 가곡의 밤 공연에는 소프라노 강혜정(계명대 교수), 테너 신상근(경희대 교수), 바리톤 양준모(연세대 교수), 바리톤 김종표 등 국내 대표적 성악가들이 참여한다. 황미래, 윤서준, 안민규, 김현지 등 제11회 세일 한국 가곡 콩쿠르 입상자도 함께한다. 한편 가곡 발전에 기여한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한국 가곡상’ 올해 수상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이건용 작곡가가 선정됐다.

세일음악문화재단 음악감독을 맡은 정수연 메조소프라노는 “재단 설립자의 뜻을 받들어 한국 가곡이 보다 높은 수준으로 대중화, 세계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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