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소모적 정쟁과 정치 희화화 그리고 국민 분열을 막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몫이다. 대통령은 한 달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조국 사태를 풀 수 있고 풀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첫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조국 반대는 위법 때문이 아니다. 이중성과 위선 그리고 ‘언행 불일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으니 정의로운 결과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었다는 게 조국 사태의 핵심이다.

지명부터 최근까지 실시된 12번의 조사를 보면 임명 동의가 높았던 건 한 번인데, 그조차도 오차 범위 이내였다. 11번의 조사는 임명 반대가 우세했는데, 낮게는 47% 높게는 60%였다. 주목할 건 ‘모름과 무응답’인데 지명 직후 34%였지만 이후엔 10% 미만이었다. 2016년 촛불이 왜곡된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회복하자는 시민궐기였다면, 조국 반대는 시민들이 정치의 공공성 복원을 요구하는 거다. 공익과 사익의 구별이 공공성 구현의 출발점이라면 조국 지명은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던 거다.

현직 법무장관 집이 압수수색 당하고 제1야당으로부터 장관에 대한 직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당하며, 장관 부인이 검찰 소환을 앞둔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쟁점 사안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장관의 언급도 마찬가지다. 기본과 원칙은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국민 눈높이의 기본원칙이 살아 있음을 대통령이 보여줘야 한다.

둘째, 대통령은 의회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파행 중이다. 시작부터 ‘정부 흠집 내기와 정쟁’과 ‘피의자 장관’이 충돌했다. 향후 국회 일정도 ‘조국 청문회 라운드 2’의 정면대결이다. 정치의 몰락이자 실패다. 의회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정치 복원에는 국내정치 최고의 정치인 대통령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야당 당사 방문 때 협치와 국민통합을 다짐했다. 초심이 변치 않았음을 보여줘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셋째, 대통령은 국정 운영 동력을 지켜야 한다. 최근 국정 운영 지지도는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1% 언저리에 접근했거나 그 밑이다. 대통령 지지도를 정례 조사하는 두 기관 모두 이번 결과가 조사 시작 후 최저치다. ‘조국 임팩트’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인사다. 대통령을 향해 ‘독단적·편파적·일방적’이라거나 ‘소통이 미흡하다’는 얘기까지 합치면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의 절반 가까이가 조국이다. 특히, 젊은 중도층의 대통령 지지 이탈은 주목된다. 지지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다. 조국 임명 지지가 대체로 30% 중반이었던 걸 보면 핵심 지지층만 남은 셈이다.

분기점은 검찰 수사 결과다. 이미 검찰은 조국 사태의 중요한 플레이어임을 행동으로 보였다. 법무장관 집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선택도 외통수다. 검찰 권력의 명운이 걸린 승부다. 여권이 ‘검찰 개혁 없는 민주주의 완성은 불가능’하다지만, 정치권력의 선택 폭도 넓진 않다. 검찰 권력의 관리도 쉽진 않게 됐다. 결국 ‘검찰·사법 개혁의 상징 조국’이 ‘문재인 정권 실패의 입구’가 될 수도 있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최선의 타이밍을 놓친 대통령이 차선마저 지나쳐 최악의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다면 그건 국가적 불행이다.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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