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인(1952~2018)
아버지는 사실 좋은 가장은 아니셨습니다. 제 유년시절 집에 돌아오는 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오랜 시간 방황하셨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술로 채워나가셨습니다.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가족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고통을 안겨주셨습니다. 참 많이 미웠던 아버지였지만, 제 곁을 떠나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이별은 큰 상처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시기 전 병실에서 약 2개월 동안 누워 계셨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셨습니다. 야위어가며 눈을 감으신 아버지는 결국 한 줌의 재로 남았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아버지의 무게는 가족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미련의 무게와는 달리 너무나 가벼웠습니다.
어느덧 제 나이는 아버지가 저를 보셨을 때와 비슷해졌습니다. 아버지에게 가졌던 원망과 미움은 이제 이해와 그리움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이제야 아버지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해보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본인이 생각하신 것보다 많은 이에게 사랑받았던 사람이셨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들 신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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