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가 24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오는 30일 예정된 북한의 기조연설에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김인룡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가 24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 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오는 30일 예정된 북한의 기조연설에는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이 보는 문제점

사전 협의조차 없이 구상 내놔
가능성 적은 이야기 계속하면
국제사회서 설득력 얻지 못해
이산상봉·北초소 비례 철거 등
실현 가능한 단기과제 집중을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유엔 등 국제기구가 자리 잡은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구상을 밝혔다. 대북 체제·안전 보장을 위한 창의적인 해법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남북·북미 관계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환경을 고려하면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현실성 없는 제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74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유엔과 모든 회원국에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한다”며 “판문점·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북·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DMZ 주재 △북한과 공동으로 DMZ의 세계문화유산 자연유산 등재 추진 △유엔지뢰행동조직과 협력해 DMZ의 지뢰 38만 기 해체 등 구체적 내용도 내놓았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일단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은 물론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이 호응할지부터가 미지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계속하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DMZ를 평화지대로 만든다는 제안은 정전체제 관리 주체인 유엔사와 협의해야 하며, 미국이 대북제재 면제를 해줄지도 의문인 상황에서 사전에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구상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중·장기 과제보다는 임기 내 실현 가능한 단기 과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차두현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는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우리 측은 감시초소(GP)를 철거했지만, 북한은 이에 상응한 비례적 철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중·장기 비전을 계속 이야기하기보다는 남북 합의 정신을 되살려 이산가족 전면 재상봉 등 남북이 마음만 먹으면 실현할 수 있고 미국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사안부터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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