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수사를 받았던 판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가장 먼저 제출을 요구받았던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현대인의 모든 삶의 흔적이 스마트폰에 기록돼 있다고 할 정도로 수사에서 첫 번째 조치는 스마트폰 압수다. 그런데 판사들은 “휴대전화 뒤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버렸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는 등 기상천외한 변명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판사들도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일 때 공직감찰을 하면서 가장 흔하게 쓰던 수법이 스마트폰 임의제출이다. 영장을 발부받을 권한이 없는 만큼 임의제출 방식을 주로 썼는데 공직자들은 민정수석실 감찰반의 위세에 거부하기 힘들다. 민정수석실은 디지털 포렌식 장비까지 갖춰놓고 삭제한 정보까지 복원해 감찰에 활용했다. 외교부의 경우 정보 유출이라는 본안 감찰을 벌이다 포렌식 과정에서 감찰 대상자의 부내 불륜 흔적을 발견하고 징계하기도 할 정도로 무소불위였다.

조 장관은 ‘SNS 중독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스마트폰이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서울대 교수 시절에는 하루에 7∼8개씩 SNS 글을 올리며 시시콜콜한 사안에 대해 기사를 태그하거나 자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있을 때도 횟수는 줄었지만 ‘SNS 정치’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 조 장관 가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조 장관 집을 포함해 7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유독 조 장관과 가족의 스마트폰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압수를 위해선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이 아닌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별도로 필요하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경찰이 초기에 김 지사 스마트폰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큰 난항을 겪었던 사례도 있다.

조 장관과 관련된 의혹도 그의 스마트폰을 압수하면 손쉽게 밝혀낼 수 있을 텐데, 검찰이 수사 시작 한 달 반이 넘도록 확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여기엔 조 장관의 통화 내역, SNS 내역 등이 모두 들어 있어 증거인멸·문서위조 등 혐의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검찰 수사를 받았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휴대전화부터 버리라”고 한 조언을 조 장관이 실천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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