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상의 유엔 연설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필요성과 함께 해당 국가의 역할과 노력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외교 무대에서 소중한 기회의 장(場)이다. 그런 연설이 국제사회의 공감과 반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그 내용이 현실에 대한 적확한 상황 인식과 객관적 진실에 바탕을 둬야 함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두 차례 유엔 연설은 많은 우려를 낳는다.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과 미국은 평화를 위한 대화를 넘어 비핵화 이후 경제협력까지 바라본다”고 말했다. ‘평화’를 54번 외쳤지만, 올해에만 10차례 자행된 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에도 언급조차 없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나흘 전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9·19 군사 합의 이후 북한은 한 건도 위반하지 않았다”는 등 북한을 옹호하며 평화 환상(幻想) 심기에 주력했다.

문 대통령의 24일 연설이 현실과 괴리된 희망 사항을 강조했다면, 23일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은 진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를 향한 한국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동아시아 최초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 중이며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탈(脫)원전 이후 전력 수급 때문에 석탄 화력발전소 7기를 새로 건설 중이란 사실은 쏙 뺐다. 지난해 한국 석탄 소비량이 2.4%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늘어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소비를 줄이는데 한국만 탈원전으로 거꾸로 간 셈이다. 그리고 유엔 연설에서 탈원전 부작용을 교묘하게 감췄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새 원전을 건설하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를 무시하고 급격한 탈원전을 펼치면서, 한국이 지구환경 보호의 기수라도 되는 양 자화자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연설을 들으며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봤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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