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과학수사기술
범인 발자국도 증거로 쓰여
警, 족적 5만3000여종 수집
과학수사 기술 발달로 DNA 분석을 통해 30여 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게 되자 범인 또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수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경찰은 DNA 분석 외에 주요한 수사 기법 중 하나로 ‘쪽지문’(조각 지문) 분석을 꼽는다. 17∼18년 전만 해도 사건 현장에서 지문의 일부를 찾더라도 이를 분석할 기술이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아피스)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손가락 일부분의 지문을 분석해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 1개 지문을 분석하는 데 이틀이 소요됐지만, 시스템상에서 검색을 처리하는 능력과 지문을 스캔하는 품질이 발달함에 따라 최근에는 10분 안에도 검색이 가능하다. 아피스를 이용해 지문을 분석하면 융선(지문의 곡선)이 갈라지거나 끊기는 지점인 특징점을 이용해 쪽지문과 동일한 지문을 판별한다. 지난 2002년 12월 발생했던 ‘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15년 만에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쪽지문 분석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었다. 당시 경찰은 깨진 맥주병에서 용의자의 오른손 엄지 지문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약 1㎝ 길이의 쪽지문을 분석했다.
범인의 족적(발자국)도 범인을 밝힐 때 주요한 증거로 쓰인다. 족적은 신장은 물론 보폭·연령대 등 다양한 요소를 추측하는 간접적 증거가 된다. 족·윤적감정시스템(FTIS)은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신발과 타이어 문양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현장에 남은 발자국과 바큇자국을 분석한다. 현재 경찰은 운동화 3만3000여 종, 구두 4800여 종, 자동차·오토바이 타이어 1300여 종을 비롯한 총 5만3000여 종의 족·윤적 자료를 갖고 있다. 구로 사건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구두 발자국이 뒷굽이 둥근 형태의 키높이 구두라는 것을 확인한 끝에 용의자를 특정했다. 현장에 DNA 등 확실한 증거가 남지 않았을 경우 경찰은 이처럼 족적과 같은 간접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를 밝히기도 한다.
범인의 걸음걸이 또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경찰은 점점 더 치밀해지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걸음걸이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법보행’(法步行) 분석 수사 기법을 도입했다. 법보행은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걸음걸이의 주인을 특정하는 수사 기법이다. 경찰은 의학·공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보행 분석 전문가 협의체’에 걸음걸이 분석과 검증을 의뢰한다. 용의자가 자신이 CCTV 속 인물임을 부인하는 경우 법보행 분석이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 걸음걸이 분석 기술 개발을 위해 경찰은 최근 CCTV로 찍힌 영상에서 카메라 왜곡을 보정해 보행자의 관절 각도나 길이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법정에서도 법보행 분석이 법적 증거로 인정받는 추세다.
지난 2016년 대구고등법원이 ‘대구 금호강 살인 사건’ 항소심 재판 당시 법보행 분석으로 기소된 피의자 박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걸음걸이 분석으로 유죄가 인정된 첫 사례가 나왔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범인 발자국도 증거로 쓰여
警, 족적 5만3000여종 수집
과학수사 기술 발달로 DNA 분석을 통해 30여 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게 되자 범인 또는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수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경찰은 DNA 분석 외에 주요한 수사 기법 중 하나로 ‘쪽지문’(조각 지문) 분석을 꼽는다. 17∼18년 전만 해도 사건 현장에서 지문의 일부를 찾더라도 이를 분석할 기술이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아피스)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손가락 일부분의 지문을 분석해 범인을 특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 1개 지문을 분석하는 데 이틀이 소요됐지만, 시스템상에서 검색을 처리하는 능력과 지문을 스캔하는 품질이 발달함에 따라 최근에는 10분 안에도 검색이 가능하다. 아피스를 이용해 지문을 분석하면 융선(지문의 곡선)이 갈라지거나 끊기는 지점인 특징점을 이용해 쪽지문과 동일한 지문을 판별한다. 지난 2002년 12월 발생했던 ‘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15년 만에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쪽지문 분석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었다. 당시 경찰은 깨진 맥주병에서 용의자의 오른손 엄지 지문의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약 1㎝ 길이의 쪽지문을 분석했다.
범인의 족적(발자국)도 범인을 밝힐 때 주요한 증거로 쓰인다. 족적은 신장은 물론 보폭·연령대 등 다양한 요소를 추측하는 간접적 증거가 된다. 족·윤적감정시스템(FTIS)은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신발과 타이어 문양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현장에 남은 발자국과 바큇자국을 분석한다. 현재 경찰은 운동화 3만3000여 종, 구두 4800여 종, 자동차·오토바이 타이어 1300여 종을 비롯한 총 5만3000여 종의 족·윤적 자료를 갖고 있다. 구로 사건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구두 발자국이 뒷굽이 둥근 형태의 키높이 구두라는 것을 확인한 끝에 용의자를 특정했다. 현장에 DNA 등 확실한 증거가 남지 않았을 경우 경찰은 이처럼 족적과 같은 간접적 증거를 토대로 혐의를 밝히기도 한다.
범인의 걸음걸이 또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경찰은 점점 더 치밀해지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걸음걸이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법보행’(法步行) 분석 수사 기법을 도입했다. 법보행은 사람마다 걸음걸이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걸음걸이의 주인을 특정하는 수사 기법이다. 경찰은 의학·공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법보행 분석 전문가 협의체’에 걸음걸이 분석과 검증을 의뢰한다. 용의자가 자신이 CCTV 속 인물임을 부인하는 경우 법보행 분석이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 걸음걸이 분석 기술 개발을 위해 경찰은 최근 CCTV로 찍힌 영상에서 카메라 왜곡을 보정해 보행자의 관절 각도나 길이를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법정에서도 법보행 분석이 법적 증거로 인정받는 추세다.
지난 2016년 대구고등법원이 ‘대구 금호강 살인 사건’ 항소심 재판 당시 법보행 분석으로 기소된 피의자 박모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걸음걸이 분석으로 유죄가 인정된 첫 사례가 나왔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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