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레니얼 선언 / 맬컴 해리스 지음 / 생각정원

자본주의 인적자본으로 길러져
금융위기 오자 빚더미만 남아


미국에서도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의 온갖 비판을 받는다. 미국의 문회비평지 ‘뉴 인콰이어리’ 편집자인 저자는 1988년생으로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다.

이처럼 책은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다루지만 그 다양한 사례들이 낯설지 않다. 한국의 90년대생에게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세계화 그리고 미국식 교육·경제를 뒤따라온 결과 한국은 미국과 무척 닮은 모습을 하게 된 것일까. 한마디로 줄인다면, 입시경쟁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교육과 청년들의 공정한 사회 진입이 보장된 사회로 우리는 미국을 생각하지만 그런 미국은 없다. 이 책은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어떤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태어나 어떻게 성장해 지금의 밀레니얼이 됐는지, 그 역사적 흐름을 짚어간다. 이 책의 원제목은 ‘요즘 아이들 : 인적 자본과 밀레니얼’이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영역을 절박하게 뒤지는 자본주의에 의해 ‘인적 자본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산 수단으로, 인적 자본으로 바라봤고, 젊은이들은 계속해서 생산성 향상의 엔진으로 변화해 왔다.

이런 차원에서 밀레니얼 세대 역시 한국의 90년대생처럼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다. 책에 묘사된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 풍경은 한국의 상황을 능가한다. 공부에 방해되는 학생은 수갑을 채워 징벌방에 가두고 경찰관과 면담을 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곧장 내쳐진다는 사실을 미국의 아이들은 배우고 있다.

그래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는 낙관주의가 있었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대졸자들의 실업률과 불완전취업률은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최고의 스펙을 쌓으며 성인이 된 이들 앞에는 ‘막대한 학자금 대출금’ ‘유연한 고용’ ‘무한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와 연방정부까지 밀레니얼 세대에게 최고의 스펙을 쌓아 ‘잘 팔리는 상품이 되라’고 재촉했고 그들은 그렇게 했지만, 시장은 그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았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밀레니얼 세대는 불안을 이기지 못해 정신과에 들락거리며 제약회사만 돈을 벌게 해준다.

믿을 거라곤 자기 자신뿐인 상황에서 이 같은 성장과정을 거친 밀레니얼 세대는 경쟁에서 승리해 자기 자리를 획득하기 위해 결코 쉬지 않고 저항할 줄 모르며,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효율적인 인적 자본으로 성장했다. 이들에게 불공정은 경쟁 기반의 원칙을 어기는 일이자, 이들의 존재를 흔들어놓는 일이 되고 만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 곧 미국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간 더 많은 미국인은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낯설고 많은 변화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어둡게 전망한다. 456쪽, 1만8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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